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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올해만 해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런던 심포니, 뮌헨 필하모닉, 프랑스 필하모닉,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까지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이 한국을 찾는다. 또 가까운 시일에는 대구에서도 서울시향의 프리미엄 콘서트가 열린다고 하니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필자는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바야흐로 2013년은 클래식의 향긋한 선율로 풍성한 한 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처럼 반가운 소식을 앞두고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것은 필자가 지역에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오케스트라의 발전이라는 고민 앞에서 숙제를 가지게 된다.
음악대학 재학 시절이었다. 한 명의 음악도로서, 지역 교향악단의 연주를 수시로 찾아다녔다. 대구시향뿐만 아니라, 듣고 싶은 심포니가 있으면 부산시향, 포항시향 등 각 교향악단의 정기 공연도 종종 찾아다녔다. 친구와 후배들에게 같이 갈 것을 제안했지만, 개인 실기연습을 위해서 혹은 외국의 저명한 오케스트라가 아니면 직접 보지 않는다는 말에 질색한 적이 있다.
지역에 속해 있는 우리가 지역 오케스트라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니 관심이 없다면 이곳에서 음악생활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 장차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 또 다른 후배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미국 유학시절,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연을 위해 지휘자가 들어오면서 2층의 한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분은 10대 때부터 70년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좋아하고, 지금까지 공연을 보러오신 분이다. 이런 분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한다”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이런 관객의 힘으로 지금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서게 된 것일 테다.
우리도 우리 지역 오케스트라에 좀더 사랑과 애정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역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은 음악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지훈 <대구MBC 교향악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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