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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서문시장 구술조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대형마트, 인터넷쇼핑 때문에 서문시장이 점점 죽어 가지만, 옛날에는 신용만으로도 장사를 할 수 있었다고 오래 이곳에서 장사를 해 온 분들은 말씀하신다. 포목점도, 비단점도, 건어물상을 하신 분도 “옛날에는 물자가 부족했으니까 장사도 잘 됐고, 자투리 천 하나라도 ‘이거 누가 사 갈까’ 싶은데 또 팔리고 했어요” 한다.
서문시장에서도 요즘은 마트처럼 비닐포장을 해서 파는 게 많아졌고, 또 물건이 상하지 않도록 큰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비닐포장을 하고 냉장고에 물건을 저장해 두고 장사를 하면 그만큼 품이 들고 전기세도 많이 나온다. 오래 저장된 음식물은 맛도 없어지고, 맛보기나 덤과 같은 인정을 나눌 물건들과 장소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자연, 가격은 올라가는데도 장사를 하는 사람들 편에서는 이문이 약하다.
서문시장 이야기를 들으며 요즘 많이 생겨나는 ‘알뜰장터’라는 과일·채소가게가 생각났다. 나는 이 장터에서 장을 더러 보는데, 갈 때마다 사람이 제법 많다. 감자, 당근, 오이, 호박, 고추, 사과, 참외 등 채소와 과일을 포장하지 않고 수북이 쌓아 놓아 풍성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또 물건을 냉장보관하지 않고 하루 치 물건을 그때그때 가져와 팔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있다. 그리고 비닐포장, 냉장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인력과 전기세가 절감되고, 그만큼 싸게 물건을 팔 수 있게 된다. 오후 서너 시가 되면 생선이나 딸기 같은 건 더 싸게 팔기도 하고, 장을 좀 많이 본 날은 주인아저씨가 사과 한 개, 오렌지 한 개를 덤으로 얹어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알뜰장터의 장점은 오전 10시에 문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는 거다. 이런 방식은 일하는 사람이 지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 동네엔 집에서 차를 타면 7분 거리에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있다. 걸어서 7분 거리에 중형 마트, 아파트 입구에 작은 마트가 또 있다. 월요일마다 난전에 장이 제법 크게 서기도 한다. 시장은 신선하고 값싼 물건을 구하고, 한 움큼 덤으로 주는 인정과 시장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무한경쟁과 피로사회에 건강하게 소통이 이루어지고 정이 오가는, 알뜰장터의 성공 비결을 서문시장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은주 <문학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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