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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뿌리 깊은 문자문화권 속에 살고 있지만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이가 많습니다. 막상 중요한 순간을 글로 남기거나,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도 선뜻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마음을 굳혀 몇 줄 쓰고 나면 더는 할 말이 없어져 결국 포기하기도 합니다.
실제 수많은 언론인 지망생이 논술의 벽 때문에 낙방하곤 합니다. 대학을 졸업해 학위를 받고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젊은이도 많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기고하는 교수들의 글은 현학적이고 어지러워 시험 공부하듯 정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언론인 지망생부터 대학을 졸업한 지성인, 그리고 학자들까지도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보니 글쓰기 실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송 글은 어떨까요? 방송 글이나 기사는 글을 사용하는 가장 경제적인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방송 글을 쓰는 사람들은 눈만 뜨면 정확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빠르게 방송 글을 작성합니다. 하지만 방송과 글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방송을 하는 이도 실제 일부 존재합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뭔지, 동사가 뭐고 형용사의 쓰임새는 어떤 것인지 등 기본적인 사항을 모르고 글을 쓰고, 이런 수준의 글을 말로 직역하듯이 옮겨 방송언어로 싣기도 합니다.
우리의 글 중심 문화는 이제 말 중심 문화와 그 무게를 함께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방송’이 있습니다. 좋은 글은 단순히 쉽게 쓴 글이 아니라 ‘읽기 쉽게 쓴 글’입니다. 어느 글이건 어렵고 딱딱하면 눈길이 잘 안 가고, 쉽고 편한 글은 눈에 잘 들어옵니다. 방송도 같습니다. 좋은 방송이란 듣기 쉬운 말로 이루어진 방송입니다. 방송의 말은 모두 글로 이뤄지기 때문에 읽기 쉬운 글을 써야 듣기 좋은 말이 됩니다. 따라서 좋은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글 실력은 당연한 전제 조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의 파급력이 높고, 좋은 글의 표본이 방송언어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방송 글’은 보다 철저하게 정확할 필요성이 있고, 마땅히 그러해야 합니다. 남용되는 외래어는 물론, 비문법적인 문장을 최소화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강혜진 (KBS 안동방송총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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