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통합과 창조의 오솔길, 해찰하기

  • 입력 2013-04-22  |  수정 2013-04-22 07:24  |  발행일 2013-04-22 제23면
[문화산책] 통합과 창조의 오솔길, 해찰하기

모처럼 친구와 산책을 하게 되었다. 2차로 도로에서 길 가 마을로 꺾어들어 몇 채 집을 뒤로하고 산으로 이어진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냉이꽃, 유채꽃, 하얀색과 보라색 제비꽃 무리와 현호색, 양지꽃과 진달래가 손닿을 곳에 피어 있었고 길가로 늘어선 나무 그림자로 흙길은 부드러웠다. 길은 작은 계곡을 건너 더 깊은 골짜기로 이어져 있었다.

계곡 바위에 앉아 물을 튕겨보기도 하고 혹시 가재가 있나 하고 돌멩이를 뒤집어 보기도 했다. 가재는 아직 보이지 않고 어린 다슬기 몇 마리만 머리를 내밀었다. 쑥국을 먹어볼까 하고 쑥을 뜯는 내내 연초록 잎이 나뭇가지 끝을 흔들며 바람을 부르고 서너 종류의 새 소리는 맑게 울렸다.

자동차를 타고 늘 큰길로만 다니다 우연히 작은 숲길로 들어서서 봄을 온 몸으로 맞는 행운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기뻤다. 나는 이따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벗어나 옆길로 새기를 잘 한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대학 1학년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후다닥 감추는 장면을 보고서 ‘이게 뭐지’라는 의문을 가지며 사회과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우연히 그 장면이 내 앞에 있었고, 나는 그것을 보았고, 그리고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헤매었다. 그렇게 학생운동을 하고, 연극을 하고, 여성회 활동을 했다. 또 성매매여성 인권센터에서 일을 하고, 문학치료를 하고, 동화를 쓰고, 사이코드라마 디렉터가 되는 것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우연히 작은 오솔길로 들어가 헤맨 것이 그만 내 생의 길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또 춤과 구술생애사 작업에 해찰을 부리는 중이다.

경계를 넘어 생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일은 이렇게 우연히 한눈팔기를 하고 거기에 즐거이 몰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문득 계절을 온 몸으로 만나고, 삶의 영역을 확장하고 창조해가길 원한다면 마음이 이끌리는 해찰의 오솔길을 가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길에서 즐거이 헤매어보시라.

이은주 <문학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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