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휘닉스 아일랜드

  • 입력 2013-05-01  |  수정 2013-05-01 07:29  |  발행일 2013-05-01 제23면

리조트 휘닉스 아일랜드를 나와 그냥 한적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4층 거실에서도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였다. 3박4일 중, 이틀이나 아침 산책으로 아쿠아 폴리넷 앞 텅 빈 주차장을 지나 제주 올레 1코스일지도 모를 바닷가를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어제처럼 그냥 모르고 떠났을 뻔했다.

산책로치곤 차도처럼 넓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딸랑거리며 마차가 천천히 지나가고 이어 미니 순환열차도 지나간다. 이른 아침이라선지 빈 마차, 빈 열차다. 조금 더 올라가니 교회당의 하얀 십자가가 언덕 위로 보이고, 이어 왼쪽으로 등대가 솟아오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등대 하나, 그게 끝이었다. 직경 2∼3m나 될까 싶은 등대를 따라 좁은 통로를 돈다.

제주 해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엇에 비겨 말하기 어려운 순도 백의 쪽빛 바다가 눈 아래로 펼쳐진다. 크지 않아서 오히려 정겨운 등대와 손에 닿을 듯한 서구풍의 교회와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무후한 아침 바다는 마치 첼로의 낮고 무거운 선율을 듣고 있는 듯한, 아, 싶은 가슴저림이 몰려온다. 그 해면 위로 4월이 지나가는 것을 본다.

대자연이 연출해 내고 있는 조화로운 화음을 본다. 무엇이 어떻다고 할 수 없는 소리와 빛이다. 섭지코지가 연출하고 있는 이 절경은 배우 이병헌 주연의 TV 드라마 ‘올인’의 촬영 현장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대자연 앞에 드라마 제목을 오히려 앞세우는 상술도 보인다.

장엄한 음률도 멎고, 나즈막한 파도소리도 지워지고, 지나는 바람소리도 사라진다. 무념무상. 바로 그런 상태에서 한참이나 서 있었다. 그러다가 눈앞의 이 모두는 우리의 해안 풍경이라는, 일 수밖에 없다는 그런 친숙한 느낌으로 변한다. 동시에 이런 것들이 우리의 삶과 무관할 수 없다는 데 이른다.

잠시 후, 반대쪽 철제 직선 계단을 따라 내려온다. 다시 이어진 언덕길을 오른다. 거기 무슨 나즈막한 건물이 하나 있다. 여직원 한 사람이 아침을 지키고 있다. 겉보기는 단순하지만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는 명상의 집 ‘지니어스 로사이’다. 섭지코지의 배꼽이라 불리는 곳에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는 명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곳으로 하늘과 땅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 설명한다. 빛과 공간의 섬세한 언어가 치유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휘닉스 아일랜드가 보여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이수남<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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