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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비슬산 용연사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과 나눴던 가난과 무료급식에 대한 대화가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학생은 무료급식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무렵 아이의 부모는 이혼 직후로, 엄마는 일용직 노동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제가 알던 도시락 스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남자는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감수성 예민했던 시기에 가난으로 몸과 마음에는 괴로움만 가득했습니다. 항상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아버지, 리어카에 무를 가득 싣고 팔기 위해 식당을 기웃거리던 어머니의 모습은 남자를 늘 주눅 들게 했습니다. 그런 어느 날 가난한 남자의 도시락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휩싸이게 됩니다.
김치만 싸가던 남자의 도시락은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가난의 그림자였습니다. 급기야 김치 반찬을 놀리는 친구를 때리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잠깐의 화를 못이긴 탓에 더 이상 학교조차 다닐 수 없게 됐습니다. 이후 남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흘러가는 인생을 어찌하지 못하고 좌절 속에 힘겨워 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해도 희망의 빛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런 남자에게도 인생의 전환이 찾아옵니다. 방황 속에 무작정 찾아간 절, 그곳에서 만난 큰스님은 남자에게 매일 삼천배를 시켰습니다. 일주일을 삼천배에 매달리며 과거 지은 업을 눈물로 참회하고, 힘겹게 살아온 삶의 기억들은 묵은 때를 강물에 씻어내듯 흘려보냈습니다. 출가를 허락받고 삭발한 남자는 오늘날까지 불연에 감사하며 수행정진 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는 미소 지으며, 좌절하지 않고 꿈을 위해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또 어머님께 효도하고 꼭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며 약속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회 곳곳에서는 가난 때문에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기회는 오기 마련입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지금의 고난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무상’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인연의 끈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연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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