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휴대폰 수다와 잡담

  • 입력 2013-05-14  |  수정 2013-05-14 07:34  |  발행일 2013-05-14 제22면
[문화산책] 휴대폰 수다와 잡담

조용한 대학도서관 열람실 밖에서 한 여학생이 혼자서 큰소리로 떠들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어찌나 열심히 큰 소리로 수다를 떨어대던지 마치 넋 나간 처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혼자 중얼거리거나 깔깔 웃는 것은 분명 광인들의 공통된 행동양식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상대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친구든 애인이든 부모든 선생이든 다짜고짜 이야기하는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휴대폰 이용자들 역시 사무실이든 화장실이든 큰길가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혼자서 속삭이고 고함친다. 그들은 옆에 누가 있건 없건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그러나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휴대폰이 없으니까.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 도처에서 휴대폰 수다가 밀려들어오고, 언제나 휴대폰 잡담이 메아리친다. 휴대폰이 지상의 침묵을 모두 부수어버리는 듯하다. 수다 속에는 홀로 있음도 없고, 함께 있음도 없으며 단지 잡담 속에 뒤섞여 있을 뿐이다. 그 속에는 주어와 술어, 목적어와 부사가 모두 뒤엉켜 있어 문장은 하나의 ‘소리 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휴대폰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을 느끼고 타인과 관계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직장으로 출근한다. 휴대폰도 그를 따라간다. 일할 때도 역시 그와 함께 있다. 마치 일이 휴대폰에 장단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직장에서 돌아와 잠들지만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수다를 생산하는 기계장치다. 그에게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잡담이 창조된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수다는 ‘소리 나는 공허’이다. 반면 참된 말(진리)은 고요한 침묵의 표면 위에 드리워진 ‘소리 나는 충만함’이다. 수다와 잡담이 가장 무서워하는 적은 침묵하는 진실일 것이다.

예수는 40일 동안 사막에서 침묵을 통해 마귀들의 수다를 내쫓은 후 하느님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었고, 붓다는 보리수 아래서 6년의 명상 끝에 우주와 인간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외침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침묵을 창조하라. 그리고 인간을 침묵에게로 데려가라. 하느님의 말씀을 떠들썩하게 외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진리의 말씀이 아니니라.”

전종건 <수성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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