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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는 신분이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을 이르는 갑남을녀(甲男乙女)는 본디 뜻과 다르게 분해(?)되어 요즘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사실 우리민족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아쉽게도 갑과 을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잠깐 뒤를 돌아보면 불과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류 제품과 말도 안 되는 대형 사건사고 등 우리 한국의 모습은 그리 당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G세대라고 불리는 20대와는 달리 우린 그렇게 자신감이 있고 당당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20여년의 세월 동안 정말 우리나라는 단단해진 것 같다. IMF 위기 사태에 많은 아픔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런 만큼 우리사회의 내공은 깊어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내외적인 성숙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전통(?)은 갑과 을의 불편한 관계다. 분명 정당한 가치와 노력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지갑을 여는 측이 갑이 된다. 돈을 지불함에 따른 정당한, 합당한 가치를 보상받아야 함은 너무나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을 관계가 주종관계와 일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갑을 관계의 불편함은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빚어진 문화계의 이러저러한 문제도 왜곡된 갑을 관계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즉 배려의 미덕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비단 최근의 일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은 꽤 뿌리가 깊은 것 같다. 추진하려는 일, 하고자 하는 사업의 당위성이 있고 시의적절한 일이라 하더라도 상대를 의식하고 을의 입장에서도 한번쯤 먼저 생각을 해본다면 일의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때로는 일의 추진이 늦어지더라도 갑과 을의 의기가 투합해서 나아간다면 그 성과가 분명 더 크리라 믿는다.
최근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외국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그 활동상이 점차 활발해질 것 같다. 이런 협동조합처럼 서로가 부족한 것은 조금씩 채워서, 각 개인의 몫이 조금 적더라도 낙오자 없는 세상이 살 만한 곳이 아닐까.
세상살이가 나라마다 뭐 크게 다르겠는가! 하지만 갑을 관계의 부정적 현상은 우리나라가 유별난 것 같다. 이제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그 잘난 갑질은 저 멀리 내다버리고 더불어 사는, 말만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형국 <아양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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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갑남을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5/20130531.01018072336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