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톤네삽 호수

  • 입력 2013-06-03  |  수정 2013-06-03 07:16  |  발행일 2013-06-03 제23면
[문화산책] 톤네삽 호수

부산 국제공항을 이륙해서 도쿄를 경유해 11시간 만에 비행기의 바퀴가 더덜컥 하고 활주로에 닿으니 동남아시아의 관문인 태국의 수도 방콕의 돈무앙 공항이었다.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3시간여 동안 미니버스를 타고 포장도로를 따라 달리니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도시 아란이다. 간단한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다리 하나를 건너면 캄보디아의 포이멧. 아란과 함께 나라가 다르지만 모든 생활권이 한 도시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막힌 광경이 내 눈앞에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 몸에는 옷이 아닌 헝겊을 걸치고 발은 맨발이었으며 내미는 두 손에는 새까만 때가 꼬질꼬질하였다. 너무도 가여운 그들의 모습을 연민 반 분노 반으로 한참동안 바라보노라니 몹시 괴로웠다.

그곳 국경에서 앙코르와트 사원이 있는 시엠립까지는 약 140㎞ 거리인데, 비포장도로를 따라 터덜거리면서 5시간동안 달리는 멀고도 험난한 길 옆 풍경은 우리의 1960년대 모습을 연상케 했다. 어느덧 시엠립 남쪽 메콩강 하류엔 바다같이 넓은 톤네삽 호수가 펼쳐졌다.

이곳은 정치적으로 쫓겨난 베트남 난민에 의해 형성됐다. 베트남이 패망하자 도망 나갔다고 조국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잘 살지도 못하는 캄보디아 이곳에 몰려 살기 시작했다. 호수의 면적은 한국의 경남 넓이이고, 우기 때면 메콩강이 넘쳐 흘러 호수가 3배로 커진다고 한다.

저녁 무렵 수상촌(水上村)에 도착했다. 인분(人糞)과 오물 냄새가 역겹게 코를 자극했다. 배에 타자 즐비한 수상가옥의 풍경이 다가왔다. 놀랍게도 이들은 식수를 양동이에 그 물을 떠서 침전시켜서 사용한단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얼굴은 전혀 걱정이 없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이동식 상점도 있고, 주유소도 있다. 1만5천여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데, 거지노릇을 하는 어린이는 많아도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는 극히 소수다. 아마 폴포트의 학정(1975~79) 때 고등교육을 받은 자들을 모조리 잡아 학살했던 사건이 불과 30년도 안되었으니 국민의 대다수가 아직도 그때의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살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나는 스위스의 호수 주변의 삶과 이곳의 삶을 떠올리면서 오늘도 행복이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안창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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