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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사람의 신분증이자 등대이며, 비밀과 부끄러움이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시에 얼굴은 세상을 향한 가면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어떤 얼굴 앞에서는 넋을 잃지만, 어떤 얼굴 앞에서는 고개를 돌린다. 우리는 매일 종이 위의 얼굴, TV나 영화·광고 등 화면 위의 얼굴들과 마주친다. 이곳에 등장하는 얼굴들은 우리를 유혹하고, 항의하고, 충고하고, 명령하고, 경멸하기도 한다. 또한 위압적인 얼굴, 환한 얼굴, 요염한 얼굴, 미소 짓는 얼굴들이 출현하기도 한다.
인간의 얼굴은 지구촌 어디에나 있다. 복제한 듯한 얼굴들이 무수히 생산되고, 돋보이는 얼굴이 만들어진다. 그 얼굴들은 잊혀지지 않으면서 새롭게 변해간다. 우리는 여기서 한번쯤 얼굴이 지닌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겨볼 때가 되었다.
인간의 얼굴은 유일성이 있다. 세상에는 수십억명의 사람이 있지만 서로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얼굴의 가치는 바로 그곳에 있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도 유심히 뜯어보면 다르게 생겼다. 따라서 치료를 목적으로 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얼굴에 손대는 행위(성형수술)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름다워지려는 노력, 즉 화장 역시 악마의 가면인지 아니면 신의 선물인지 깊이 생각해볼 때다. 거울아, 거울아!
“인간의 얼굴은 단순히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 즉 내면의 꽃이다. 성숙한 인간이라면 그까짓 추한 모습이야 영웅답게 이겨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프랑스의 소설가 니콜 아브릴의 이 말은 도덕군자들에겐 통할지 모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얼굴 바꿔치기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들불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코를 높여 주세요. 쌍꺼풀을 만들어 주세요. 튀어나온 광대뼈를 낮춰주세요.”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망가뜨려 불쌍한 얼굴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얼굴들, 숨돌릴 틈도 없이 바뀌는 얼굴들을 보는 우리의 눈은 피곤하고 감각을 잃을 지경이다. 차도르를 씌운 코란의 경구가 떠오른다.
“내가 볼 수 없도록 그 얼굴을 감추어라!”
전종건<수성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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