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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0세의 젊은 나이에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미국의 지성파 싱어 송 라이터 ‘짐 크로스’가 만든 ‘Time in a bottle’이라는 노래가 있다. ‘만약에 시간을 병 속에 저장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영원토록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저장하는 거예요’로 이 노래는 시작한다.
세월을 뒤로 훌쩍 뛰어넘어 16세기 조선시대로 가면 우리가 잘 아는 ‘황진이’라는 여성이 있다. 6년간 함께 전국을 유람하기도 했던 한양 제일의 소리꾼 ‘이사종’과의 사랑을 노래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로 시작하는 이 시조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에게 애송되는 황진이의 대표작이다. 인종과 시대를 뛰어넘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이토록 유사한, 아니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간절한 사랑을 읊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돌이킬 수 없는 시·공간 너머로 가버린 사람과의 아쉬운 시간들, 그리고 영원토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순간이 모든 사람에게 있지 않겠는가! 정말 시간을 병 속에 담을 수 있다면, 시간을 싹뚝 베어내어 고이 간직할 수 있다면….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소중한 사람과의 순간, 시간을 너무 허투루 보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아끼고 사랑해도 부족한 시간에 상처주고 세월을 낭비한 회한에 젖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 ‘빠삐용’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주인공이 가수면 상태에서 본인의 살인죄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하자 재판관이 “그래, 살인은 무죄이나 인생을 낭비한 죄. 유죄!”라는 말에 고개 숙여 돌아서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 고개 들고 무죄라고 항변할 사람이 몇 되겠는가. 미국작가 피츠제럴드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한 장면처럼 때에 따라서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제발! 이러한 간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한편,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기 때문에 후회의 마음과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그러한 것에 대한 간절함이 있기에 이러한 아름다운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런 교훈을 얻어 놓고도 또다시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되는 나 같은 보통 사람은 다시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모든 순간을 소중하고 가치있게 보내자고 다짐해 본다.
김형국 <아양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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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짐 크로스와 황진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6/20130621.0101807202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