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도, 그 녹색의 풍경

  • 입력 2013-06-26  |  수정 2013-06-26 07:28  |  발행일 2013-06-26 제23면

우도행 덕일페리호는 바람 센 성산포여객터미널을 떠난다. 서른명 남짓한 관광객과 승용차 2대, 말 1마리와 사료를 가득 실은 트럭이 전부다. 갑판 위로 올라가본다. 바람에 거칠어지는 바다를 본다. 그 바다 위에 떠있는 구름처럼, 조금씩 다가오는 듯한 우도는 그렇게 누워있다. 문득 연전, 크루즈에 승선하여 비닐컵에 든 뜨거운 터키차를 한 모금씩 마시며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해협을 지나던 일이 떠올랐다. 그렇다. 여기나 거기나 크기나 모양만 다를 뿐, 바다를 지나는 감흥은 이렇게 별 차이가 없다.

유채꽃이 만발한 우도는 낮은 소나무 숲과 녹색의 보리밭이 진하다. 강한 바닷바람은 유채꽃을 흔들고 보리밭도 떼로 흔든다. 오기 전 ‘우도’하면 제일 먼저 떠올랐던 산호사해수욕장은 노쇠하고 피폐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풍과 해일에 보석 같았던 그 산호빛 모래사장을 잃었는지, 예전의 명성 같지가 않다. 그때 보지 못했던 경사와 줄어든 모래사장, 그리고 낯선 빛깔도 그렇다. 관광객 사이를 벗어나 가까운 ‘우도해녀의 집’에서 해삼과 멍게로 그나마 위로를 얻는다.

네거리 우도 명동을 지난 중형버스가 관광객을 쏟아놓는다. 주차장 옆의 올레쉼터에 잠시 앉았다가 형형색색의 물결에 섞여 초입의 승마장을 지나 우도봉을 오른다. 멀리 검푸른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이 잿빛으로 침묵하고 있고, 유람선 몇 척이 그 바다 위에 떠있다. 우도 해안선을 허연 파도가 물고 있다.

바람 사이로 날카로운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의 진원은 어디 직사각형 모양인 산담 부근에서인가. 새 소리는 낮고 어둡다. 그러나 10여분 후, 우도봉 정상의 철조망은 그나마 기대치를 꺾는다. 우도등대는 멀찌감치 서서 그런 의도를 외면하고 있다. 산불 흔적이 있는 낮은 숲도 그렇다. 정상의 드센 바람이 한 곳에 더 있지 못하게 밀어낸다. 그 바람에는 녹색이 가득하다. 멀리 눈 아래로 산악용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지그재그로 달리고 있다.

우도에서의 1시간30분 남짓, 그 사이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삶의 풍경을 본다. 역사에 그슬린 표정이다. 우도 주민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의 관광객들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주차장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다시 성산포로 떠난다. 우도는 웬만해선 꿈쩍 않는다. 아무리 옆구리를 간질여도 눈만 끔뻑거리고 있는 한 마리 암소 같다.

이수남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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