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넘쳐나는 음악을 즐겨보자

  • 입력 2013-07-10  |  수정 2013-07-10 07:23  |  발행일 2013-07-10 제23면
[문화산책] 넘쳐나는 음악을 즐겨보자
이수경<소프라노·대구가톨릭대 객원교수>

우리 도시, 대구는 어떻게 불리는 것이 가장 적합할까? 내가 어릴 적에는 사과의 도시. 예쁘고 맛있는 사과를 많이 먹어서 예쁜 아가씨들이 많다 하여 지금도 능금아가씨를 선발하지 아마? 또 섬유의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뮤지컬, 오페라 축제가 열리는 대구를 음악의 도시라 칭하고 싶다.

음악 유학생이 많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유학시절, 가장 신선한 충격은 세계적인 대가들의 공연을 들을 때보다도, 명망 높은 연주가들에게 직접 레슨을 받을 때보다도, 여름음악 축제기간 페스트슈필하우스(잘츠부르크에 있는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멋지게 차려입은 한 신사를 만났을 때였다. 세계적인 연주장이니만큼 근사한 관객들로 가득했지만 너무나 낯익은 그 아저씨가 누군지를 생각하느라, 또 누구인지 알아내고 나서는 그 충격에 그날의 공연은 놓쳐버렸다. 그 멋쟁이 신사는 우리 동네 슈퍼의 정육점 아저씨였다.

세계적인 축제기간에 세계적인 공연장의 가장 좋은 좌석에 앉는 청중의 휴게실에서 아저씨를 만날 줄이야! 난 꼭대기 학생석에 앉아 공연을 봤지만, 휴식시간엔 귀빈석의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 사치스러운 휴식을 취하곤 했는데, 거기서 그 아저씨를 만난 거였다. 지금도 그 아저씨의 여유로움과 음악을 진정 즐기는 모습이 한번씩 떠오르곤 한다. 대구도 오페라의 도시 아닌가? 대구의 음악축제도 음악인을 위한 축제가 아닌 시민 모두가 즐기는 축제였으면 한다.

꼭 연주회를 가지 않아도 우리 주위에는 음악이 넘쳐난다. 내가 어릴 적 일요일 아침이면 나를 깨웠던 ‘장학퀴즈’라는 TV프로그램의 오프닝,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TV에서 모 대학의 광고에 나오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소름끼치는 고음의 ‘밤의 여왕 아리아’는 아마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고 따라해보지 않았을까? 이렇듯 우리는 이런 명곡들을 매일 접하는 고급문화시민이었던 거다.

흔히 클래식음악 하면 여유있는 이들의 사치스러운 취미 정도로 여기며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누리고 있고, 영화 보듯 티켓 한 장 사가지고 공연장에 간다면 난 이미 음악의 도시, 대구 문화시민인 것이다. 우리 주위에 넘쳐나는 음악들을 향해 마음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오늘도 차 한잔 즐겨보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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