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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노래라고 부르냐?” 아! 또 실수!
“자, 다시 한 번 해보자.” 잔뜩 찌푸렸던 얼굴을 펴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상냥하게 학생에게 다시 불러보라고 하고선, 애쓰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대학 때도, 유학 때도, 난 무섭다고 소문난 교수님들께 수업을 받았다. 특히, 유학 땐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교수님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우리 학교에서 제일 무섭고 까다롭다는 교수님 반에 들어가려고 오디션을 보곤 했다. 근데 대부분 그 악명 높은 교수님들이 제일 유명하고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분들이셨다. 왠지 그 반에 들어가면 긴장해서 더 잘 배울 것 같은 마음도 있었고, 별난 교수님의 마음에 드는 학생이 되리라는 오기(?) 비슷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무서운 선생님들로만 배정받고, 찾아다니며 배운 덕분인지 어느새 나도 꽤나 까다롭고 못된 선생님이 되어 있는 걸 발견하곤 한다.
처음 유학에서 갓 돌아왔을 땐, 넘치는 의욕으로 학생들을 신나게(?) 야단치고, 소리 지르며 수업하곤 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생기고 나니 내 교육 철학에 약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내 아이가 조금 야단을 맞았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뜨끔해 오는 거다. 이게 부모 마음인데 난? 여태껏 내게 필요 이상으로 야단을 맞아 가며 배웠던 제자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맷집이 좋은 편이어서 무서운 선생님들을 잘 견뎌냈지만, 굳이 내 예쁜 학생들에게 나쁜 추억을 심어줄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학생들에게 늘 말한다. 적어도 전공을 하고, 노래로 학위를 가지려면 나만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사실 날 때부터 노래 잘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 내 학생들은 좀 달랐으면 하는 내 욕심이, 아이들의 꽃 같은 가장 빛나는 시간을 힘들게나 하진 않는지.
매년 5월이면 행사 중에 ‘스승의 날’도 끼어 있어 내 착한 학생들은 아침부터 꽃이며 케이크 등으로 날 감격시키곤 한다. 벌써 10여년째 꽃다발을 안고서 어떡하면 진짜 좋은 선생님이 될까 고민해 본다.
우리 전공은 단순히 학문만이 아닌 실기수업 위주이기에 선생님의 역할은 더 크다 하겠다. 처음 귀국해 교단에 섰을 때의 열정으로, 호랑이 선생님들께 전수한 방법들을 따뜻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데…. 오월은 아니지만, 문득 그 무서웠던 선생님들이 무척 뵙고 싶다.
이수경 <소프라노·대구가톨릭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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