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알바트로스의 날개

  • 입력 2013-07-19  |  수정 2013-07-19 07:39  |  발행일 2013-07-19 제18면
[문화산책] 알바트로스의 날개

새벽 잔디밭에서 회색 빛 깃털 하나 주웠다. 9㎝ 정도 가늘고 길쭉하다. 누가 떨어뜨린 것일까? 혹 보름 달밤에 만나자던 그, 혼자 서성이다 떠나느라 섭섭한 그리움의 표시일까? 엉뚱한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둘기 두 마리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어쩜 그의 가슴에 꿈의 깃털이 나 있었는지도 모르지. 보들레르가 시인은 날개 길이 3.5m나 되는 알바트로스 새라 노래하지 않았는가.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그의 시 알바트로스 중 마지막 연이다. 시인의 날개 거대하지만 지상에 유배되면 날개 때문에 걷지도 못한다거나 또는 애인을 껴안으려다가 그 몸에 해를 입히는 가위손 같은 안타까운 처지라는 뜻이리라. 그러나 꿈을 가꾸려면 훨훨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한다. 그 날아오르는 힘이 시도 쓰고 창조적인 경제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발명가도 과학자도 이런 상상력이 기본이라고, 장마철 홍수로 난리인 이 때 쓸데없는 얘기나 하는 필자의 부끄러움 챙 넓은 모자 속에 감춘다.

고 스티브 잡스는 창조란 여러 가지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일이라며 직원들에게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라고 했다고 한다. 네 살 된 손자가 흰 바둑알을 찹쌀 수제비로 볼 수 있는 것도 순수하기 때문에 부끄럼 없이 생각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자라면서 눈치 보느라 그런 묘사력을 점차 감추게 된다. 필자의 시도, 생각도 왜 남들과 다른가 고민하면서도 별나다는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텐데, 그런저런 상념에 잠겨있는데 바람이 손바닥에 놓인 깃털을 휙! 낚아채 달아난다.

창의적 발상의 전환은 용기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사물을 대할 때마다 깊은 사유와 비유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미래 인재가 되리라. 다음은 신라 향가 중 처용가를 해학적으로 패러디한 필자의 시집 신처용가 중 대구 아리랑의 한 부분이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 케심니꺼?/ 웃기지 마이소/ 시절이 하 좋아 해진 곳 잘라뿌고 기부믄/ 새기 된다카길래/ 늘 봄꽃으로 향하는/ 서방님 눈길 쫌 돌리볼라꼬/ 애써 다리고 기벗는 얼굴이라예’ 이 십여 년 전 필자는 감히 자신이 처용아내라며 성형을 노래하고 있다. 얼굴을 다리고 깁는 기술이 이렇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올 줄 어찌 알았겠는가? 곧 여성의 세상이 된다는 걸 경고한 시집이었는데 요즘 갈비 집에 참말로 꽃바람만 바글거린다.

정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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