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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다 못한 사람인가? 한여름 고뿔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방콕이나 하면서 얼마 전 몇 시인과 즐긴 동해 푸른 파도를 상기해 본다. 감포 가는 길, 추령제부터 처용 아내의 고향이라며 자유당 시절 이 첩첩산중에서 투표함을 바꿔치기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 주절대다가 문득 시(詩)라는 괴물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것은 절대 자랑이 아니다. 시를 쓰다보면 이런 일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 가끔 자신이 신라 때 처용 아내의 환생이라는 믿음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화냥년이라 욕 듣는 처용 아내를 살리겠다고 시작한 첫 시집 ‘신처용가’ 발표 이후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구와 경북 사투리들이 시어사전에 많이 등록되었고, 특히 고(故) 조병화 시인은 전화로 “‘휴화산이라예 봄밤이라예’ 좋아요. 계속 사투리 시 쓰세요”라는 격려 말씀에 신바람 나기도 했다. 낭송가들은 ‘가라히 네히라고예? 생사람 잡지 마이소예’(웬생트집 중 부분)로 만인을 웃기기도 했다. 유니버시아드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시극 신처용가를 극화한 ‘봄날은 간다’ 공연에 열연해준 한국낭송문학회, 초파일 전야제 행사로 역신과 사교춤까지, 멀리 강원도 만해축전까지 시극으로 추억의 한 페이지에 동참해준 모든 시인께 지면을 빌려 감사한다.
시집 한 권을 20년 넘도록 우려먹으니 이것이 시의 대중화일까? 또한 ‘위기의 꽃’이란 시집에 나온 ‘숯’이란 시는 허영만의 만화 ‘식객’ 중 숯가마 이야기 부분에 실렸을 뿐 아니라 ‘삼초 삽 삼겹살’ 전국 식당에 만화로도 걸려 있다.
“주검이/ 주검을 지글지글 태우는/ 둘레에 늘어앉아/ 사람들은 하루의 허기를 채운다.”(시 ‘숯’ 중에서)
뜻하지 않은 이런 사건들이 시 쓰는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이보다 감동을 주는 시 한 편 쓰는 일이 평생 꿈이기에 오늘도 사막과 묵정밭에 유배되어 미끼도 없는 낚싯줄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 한 편 잘 쓰면 상금이 일억이다. 그 정도까지 바랄 형편은 되지 않으나 대구문학아카데미에서 또는 전국인터넷으로 시를 가르치다보니 초·중·고등학교, 도서관 등에서 사람과 정을 나누는 일이 즐거움의 하나가 됐다. 일반인 대부분은 시인이 착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몇 푼 상금에 눈 어두워 서로 편 가르기 하는 시인사회. 그보다 멋진 시 한 편 쓰는 일, 그보다 소나기 더 시급하다 중얼거리는데 천둥이 우르르! 비바람이 몰아친다. 이제 또 벼락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정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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