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키 코지 회장을 기리며

  • 입력 2013-08-15  |  수정 2013-08-15 07:31  |  발행일 2013-08-15 제19면
이현 <성악가>
이현 <성악가>

오늘은 광복 제68주년 기념일이다. 이런 뜻 깊은 날 한 사람의 일본인이 생각난다. ‘메종 드 프랑스’라는 프랜차이즈 사업가이며 Giro 음악 출판사를 경영하며 일본 음악계에 많은 공헌을 한 ‘오키 코지’라는 분이다. 항상 사파리 점퍼 차림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니며 한국을 뜨겁게 사랑했던 그는 Giro 오페라 상을 제정하여 음악가들을 지원했다. 한국인으로 성악가 이규도 선생과 고성현씨가 이 상을 수상했다. 작곡가 백병동, 이건용, 이강숙 선생과 교분을 쌓으며 한국어 오페라 작곡을 위촉했고 이경재 신부의 나사로마을을 후원했다. 국립오페라단에 수많은 자료를 제공했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엘렉톤을 소개시켰다.

나와의 인연은 일본 오페레타협회의 헝가리 공연을 위한 일본어 공연인 ‘미소의 나라’ 주역으로 소개시키면서부터인데, 일본어 교육과 공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며 후일 한국 성악가 최초로 일본 클래식 공연 매니지먼트 회사인 ‘Japan Arts’의 멤버가 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2001년 11월10일, 도쿄 시부야에서 ‘이현과 친구들’이라는 콘서트의 리허설을 하던 나를 위해 한국에서 일을 마치고 곧바로 연습장소로 와서 격려해주고 그날 밤 세상을 떠나셨다. 다음날, 그 분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만 남긴 채 연주회는 만석이었고 연주 후 모든 출연자와 함께 관객 앞에서 나는 눈물의 추도사를 낭독했다. “음악을 사랑했던 사업가, 한국을 사랑했던 일본인, 한국인이 존경했던 일본인이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분은 한국과 일본이 음악으로 친구가 되기를 소망했던 조용한 외교관이었습니다.”

2002년 가을, 국립극장에서는 한국의 성악가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추도음악회를 열었고, 일본에서는 지로 오페라상 수상자들이 모여 최고의 경의를 표했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잇는 아시안 뮤직벨트를 이루고자 했던 그 분의 뜻은 클래식 한류가 뻗어나가야 할 비전과 과제를 동시에 안겨줬다.

광복절 아침, 숱한 정치적 난관과 갈등 속에서도 수많은 민간 외교관들은 화해와 협력, 사랑과 용서로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함께 가보자 애쓰는데 역대 세번째 낮은 투표율 52.6%에 34.7% 지지율로 제1당이 된 아베 신조 내각의 군국주의 외침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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