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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옥영 <화가·시인> |
노래의 위력은 대단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부터 노래가 큰 힘을 발휘했다. 양반들이 불렀던 시조가 있는가 하면, 민초들의 억눌린 감정을 노래를 통해 양반들의 모순을 빗대며 고발하기도 하고 불가능도 가능으로 이끌 수 있었던 서동요도 있다.
노래의 힘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하다. 근래 ‘칠갑산’이라는 노래를 통하여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이 관광지로 급부상하게 되었던 것도 노래의 위력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그 대열 속에, 본인도 시인들과 함께 올여름에는 칠갑산 산자락에서 소모임을 가졌다.
백일홍 가로수를 따라 한참 가다보면 산기슭에 자리한 오래된 나무벽으로 지어진 기와집 한 채가 있다. 기와 지붕만 빼면 마치 외따로 서 있는 고대 북유럽의 통나무집처럼 보인다. 이 집이 바로 문우 중 한 분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다. 현관을 들어서니 스피커에서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덩달아 왈츠를 추듯이 내 몸도 빙빙 돌아간다. 대천 수산시장서 사 왔다는 백합과 소라며, 토굴서 저장한 갓김치와 토종 오이의 감칠맛은 황홀한 저녁 만찬을 안겨줬다.
산골의 밤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바로 옆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온다. 별들이 반짝이며, 달빛 내린 마당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마로니에 잎들도 즐겁다고 춤을 춘다. 나무의자에 앉아 솔바람차 한 잔을 나누며 우리는 서로 시를 주고받는다. 그중 한 분은 본인에게 건강하기를 바란다며 자작시 한 편을 낭송한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 가슴이 저미도록 감개무량하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모닥불은 사라지는데도 사람들은 달빛 어린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시간은 흘러 누가 먼저 쓰러지나 체력 싸움이라도 하듯 하더니, 감기는 눈꺼풀을 달래며 테이블에 엎드린 채 한 분 두 분 잠이 든다. 반갑다고 벙실거리던 백구도 잠들었다.
달과 별들도 모두 사라지고 7월 보름밤, 뜬눈으로 여명을 맞이한다. 풀잎을 헤치고 몇 걸음 올라가니 새벽에 흐르는 계곡의 물이 더욱 청아하다. 나뭇잎이 떠 있는 작은 옹달샘 속에 내 얼굴도 잠겨 있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다가 물에 빠져 죽어서 수선화가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가 순간 뇌리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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