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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소프라노·대구가톨릭대 객원교수> |
저 멀리 산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아침이다. 어느새 제법 가을 아침 모양을 내놓은 산자락에 뙤약볕 가득했던 여름이 가고 있다. 앞산을 내 산인 양 바로 앞에 두고서, 유럽의 어떤 그림 같은 산도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 적에는 우리나라 산들이 붉은 흙빛이 제법 보였는데 요즘은 어딜 가도 푸르고 푸른 녹색 산이 우리 산의 모습이다. 아! 좋다.
어릴 적엔 내 친구들이 입은 옷이 더 예뻐보이고, 친구들의 도시락이 더 맛나보이고, 그들이 사는 집이 우리 집보다 더 좋아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는 내 옷과 내 도시락, 내 집이 더 예쁘고 맛나고 편안해졌다. 철이 든 건지, 눈높이가 낮아진 건지.
파랑새를 좇아 집 나간 치르치르, 미치르의 이야기. 집에 돌아와 새장 속의 내 파랑새를 발견한 동화처럼 우리는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의 귀함을 모르고, 무언가를 찾아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곁에 있건 없건 소중한 그 무엇을 계속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음악가들의 삶을 보면 대개의 예술가가 그러하듯, 평탄하지만은 않아서 ‘위대한 작품’이라는 파랑새를 좇아 힘들게 평생을 보낸 이가 많다. 그들과 달리, 비교적 편안한 삶을 누린 로시니와 푸치니가 떠오른다.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인 로시니는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 등 깃털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우리에게 남겼다. 그는 악상이 떠오르면 단시간에 작품을 남긴 음악가로 유명하다. 말년에는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그의 캐리커처들을 보면 주방장모자를 쓰고 요리도구를 든 뚱뚱하고 행복한 요리사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푸치니는 핸섬한 용모와 재치 있는 화술로 많은 여인의 사랑을 받은 음악가로 기억된다. 그의 부인이 그런 그로 인해 의부증에 시달리긴 했지만, 푸치니 본인은 “나는 음악과 새와 아름다운 여인을 쫓는 사냥꾼”이라 말하며 행복하고 낭만적인 음악가이고자 했다.
좀 더 멋진 무언가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그것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또는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모습, 둘 다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로시니와 푸치니처럼 매일매일 행복하게,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인생의 파랑새를 찾아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이 초가을 눈부신 삶 속으로 우리 힘차게 파이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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