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돈의 철학

  • 입력 2013-09-04  |  수정 2013-09-04 07:33  |  발행일 2013-09-04 제23면
[문화산책] 돈의 철학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은 ‘돈의 철학’에서 돈의 사회, 심리, 철학적 측면들을 분석하면서 사회적 관계, 특히 인간관계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돈과 교환, 돈과 인격, 돈과 여성 지위, 돈과 개인의 자유의 관계를 분석했다.

돈의 철학에서 돈과 교환, 돈과 여성 지위의 관계를 논하는 지멜과 같이, 헨리 제임스는 그의 소설 ‘포인튼의 소장품’에서 가난한 여인과 부유한 여인을 비교하면서 미덕과 부의 문제를 다뤘다. 가난한 여인 플레다는 미적 감각을 구비하고 포인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여성으로 게레스 부인에게는 효용가치가 있는 대상이며 포인튼의 재산을 독점하려는 게레스 부인의 욕망의 에이전트로 드러난다. 소설은 가난한 여인과 부유한 여인의 관계, 훌륭한 안목과 그렇지 못한 안목의 관계 등 우리 삶의 여러 관계를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아들이 선택할 수도 있는 아내는 속물적인 집안의 출신인 여인 모나로 소개된다. 저자는 모나를 통해 부유한 여인의 부정적 속성들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가난한 여인 플레다를 속물적 근성의 부유한 여인 모나와 대조되는 인물로 그리고 아들에게는 부유한 여인보다 가난한 여인을 소중히 여기라고 가르친다. 이 소설은 부유한 남자가 보다 가난한 여인과 결혼하는 19세기 결혼 플롯의 패턴을 따르고 있는데 작가는 이런 결혼 플롯에서 일종의 이해관계를 묻는다. 결혼 플롯의 목적은 무엇이며 그것에 의해 누가 이득을 얻는지 말이다.

겉으로 보면 가난한 아내를 택하라는 어머니의 모습이 바른 것처럼 보이지만 아들이 속물적 근성의 모나와 결혼하면 포인튼에 있는 예술품에 대한 관리는 어머니의 손에서 벗어나 모나의 손에 넘어가기 때문에 어머니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플레다를 아들에게 강요한다. 이런 구조는 인류학자들이 결혼의 교환구조를 지배하는 규칙을 이해하는 방식과도 흡사하다. 이 모든 것이 돈, 부와 관련된 것이다.

옛날 소설 속 이야기지만 이것은 현재까지 계속되는 듯하다.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이 아닌, 결국 돈과 이어지는 것이다. 가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재산과 관련된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면 문득 제임스의 책이 떠오른다. 과연 돈이란 무엇일까.김경순 <영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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