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수능 유감

  • 입력 2013-10-01  |  수정 2013-10-01 09:03  |  발행일 2013-10-01 제22면
20131001

전국의 여러 사찰에서 수능기도가 한창이다. 바야흐로 국가적 행사로 변해 버린 수능시험이 다가오는 것이다. 매년 치르는 일이지만, 이때만 되면 학부모를 비롯한 수험생은 홍역을 치르듯 몸살을 앓는다. 또한 수능시험이 마무리되는 날이면 더러 성적 때문에 비관해 극한의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곤 한다.

얼마 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교육 강박증에 걸린 한국인’이란 기사에서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국제적으로는 높지만, 온 사회가 교육에 너무 몰입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부의 교육정책과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 우리의 왜곡된 교육열 탓이라 생각된다.

이제 허울 좋은 우리의 고등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변혁기에 왔다. 입시 사정에서 인성과 소질, 잠재력을 올바르게 보지 못한 인재선발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학력 인플레가 심하고 과도한 교육비는 국민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고, ‘지렁이도 나지 못한다’는 냉소주의가 이 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소수의 가진 계층은 교육의 기회를 거의 독점하고 저들의 카르텔로 신분의 사다리를 무너뜨리고 다수가 공정하게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려는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교육의 과점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갖가지 부정한 방법으로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공정한 게임은 사라지고 교육은 시궁창처럼 썩은 내를 풍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실력으로 공정하고 올바르게 펼치는 경쟁이 아니라 힘 있는 부모가 대리전을 치르는 계층 간의 투쟁이라 할 만하다. 자녀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독립된 인격체다. 사랑이라는 맹목적 그물 안에 그들을 구속하고 나의 욕망을 위해 남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대를 물려 부와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집착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청소년기는 다양한 적성과 소양을 키워야 할 시기다. 문화체험을 통해 전인적인 인격을 완성할 소중한 시간인데도 오직 수능이라는 굴레에 옭아매는 우리의 교육환경이 빨리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살아갈 날들이 너무나 창창한 사랑하는 청소년들이여, 부디 섣부른 판단으로 청춘을 저버리지 말기를.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를!

무량 스님<동화사 박물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