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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의 계절이 오고 있다. 문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춘문예는 문학에 눈을 뜬 신인들이 열정을 불태우며 밤을 지새우는 불꽃축제여서 더욱 아름답다. 가을마다 신문만 봐도 몸이 떨리고 눈시울이 붉어지던 날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문학에의 눈뜸’이 가져다준 희열에 더하여 새로운 세계를 향한 지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금방이라도 문학이란 걸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의욕에 차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별로 이룬 것도 없이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12월의 신춘문예 공모에 작품을 던지려면 지금 열심히 쓰고 있어야 한다. ‘원고 80매 이내.’ 하나의 주제로 응집된 문장이어야 하기에 원고 80매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단편으로서 압축의 미를 발휘할 수 있는 정점이 80매다. 정성스레 다듬은 원고를 1호 봉투에 넣고 키스로 봉인해보면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번개 같은 영감을 받아서 며칠 만에 뚝딱 써내기도 하지만 문학은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날마다 일정한 시간을 바치는 데 의의가 있다. 영감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궈내는 것이고, 긴 시간을 달리기 위해서 끈질긴 지구력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소설을 엉덩이 힘으로 쓴다고 하겠는가.
소설이 무엇인가? 소설은 자신이 알고 있고, 쓸 수 있는 것을 쓰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 깊숙이 적재된 상처를 아우르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행하고 억압된 초자아와 대면하게 하는 그것이 소설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랑하고 싶은 욕구 등의 소설화된 감정들이 소설 속의 인물을 통해서 독자에게 다가간다. 소설로 형상화된 초자아는 이드가 용납하지 않는 충돌을 도덕적으로 이끌고 자아를 컨트롤하며 대리만족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고 감동을 받게 한다.
생각해 본다. 문학은 차가운 것일까 뜨거운 것일까. 독서 인구는 줄어드는데 신춘문예의 응모 편수는 나날이 늘어난다. 문학은 객관적인 실재를 가진 항구적 존재로서의 이데아이기보다 현상적 모방을 얘기한 아리스토텔레스에 가깝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어서 끝없이 모방이 거듭되며 시대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태어나고 끊임없이 재생산되지만 닮은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얼굴로 그 시대의 일을 그들의 언어로 말하기 때문에 문학은 새롭고 다변적이다.장정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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