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함께 읽기의 즐거움

  • 입력 2013-10-18  |  수정 2013-10-18 07:27  |  발행일 2013-10-18 제19면
[문화산책] 함께 읽기의 즐거움
제갈선희<대구시립중앙도서관 도서관정책과 담당>

“저, 혹시 가방에 든 게 그림책 아닌가요.” 며칠 전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철 퇴근 시간. 복잡한 사람들 틈에서 옆에 같이 서있던 낯선 아가씨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가방에 든 그림책에 관심을 나타내며 누구에게 읽어주려고 하는지, 직업이 뭔지 궁금해했다. 평소에 그림책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 내가 읽는 책이고, 도서관에 근무하고 있는 사서라고 했더니, 내심 놀라며 참 잘 어울린다는 말을 남기고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녀가 간 후 잠시 동안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필자는 3년 전부터 매월 1회 그림책을 함께 읽는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있다. 그녀를 만난 날도 그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는 전문적인 식견도 이론적인 지식도 부족해 널리 알려진 유명한 그림책을 몇 권씩 보면서 책 수다를 떠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여자들만의 모임이라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책에 대한 이야기는 줄어들고 아이 이야기, 집안 이야기 등 사소한 수다로 흘러갔다. 올해부터는 유명한 책이 아니어도 개별적으로 그림책을 한두 권씩 가지고 와서 한 명씩 순서대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의외로 이 방법이 대단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편안한 사람끼리의 모임이지만 읽어줘야 한다는 약간의 부담이 있어서인지 읽기 연습도 조금 더 하고, 책에 대해 좀 더 공부도 하게 되었다. 모임이 끝나면 밥 한 끼로 정도 나눈다. 누군가가 말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면 정이 들 듯, 책을 나누는 건 꿈을 나누는 일이라고.

직장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직장 이외의 다른 곳에서 친구를 얻기가 쉽지 않다. 나에게 책수다(?) 모임은 책이라는 매개체로 친구도 얻고 삶도 나눌 수 있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게 된다. ‘책만 보는 바보’에서 이덕무는 홀로 책읽기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한다. 그 고민은 유득공, 박제가 등 벗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소된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는 배움이나 깨우침이 책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책을 매개로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함께 읽기’의 즐거움보다는 ‘홀로 읽기’의 필요성만 알고 있는 듯하다. 이 찬란한 가을, 친구와 함께 책 숲을 거닐어 보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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