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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선희<대구시립중앙도서관 도서관정책과 담당> |
햇살 좋은 오후 1시경. 작은도서관 지킴이 봉사를 하고 있는 영주씨는 바삐 도서관 현관문을 열었다. 어제 운영 일지를 체크한 후, 기증 들어온 10여권의 동화책을 컴퓨터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3시가 되었다.
태권도 도복을 입은 채은이가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왔다. “안녕, 채은아. 어서 와.” 채은이는 책을 10여분쯤 읽고는 태권도 학원에 가야 한다며 일어섰다. 책을 마저 읽기 위해 마치고 또 올 거란다. 이어서 유치원에 다니는 태경이가 원복을 입은 채 엄마와 손을 잡고 들어왔다. 지난번 빌린 책을 반납하고 서가에서 서너권의 책을 골랐다. 바닥에 앉아 소리내어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태경이 엄마도 옆에 앉아 나란히 책을 읽었다.
잠시 후 현식이와 영준이가 컴퓨터 학원에 갔다 오는 길이라며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왔다. 만화코너에 가서 책을 한권 고르더니 함께 깔깔거린다. 20분 남짓 지났을까. 수학 학원에 가야 한다며 함께 일어섰다. 짧은 시간이 아쉬운 듯 “내일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외치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이 작은도서관에는 하루에 10명 남짓한 아이와 엄마가 방문하고 있다. 대부분은 30분 미만의 짧은 시간 도서관을 이용한다. 책을 빌리고 반납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또 잠깐씩은 지킴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다. 무슨 책이 재미있는지, 어떤 책이 인기가 있는지, 새로 들어온 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대구에는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작은도서관이 148개가 있다. 그중 116개는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사립 작은도서관이다. 많은 수의 도서관이 아파트 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중·대규모의 공공도서관도 22개나 된다. 아무 때나 내가 살고 있는 집처럼 편안하게 찾아가서 책을 볼 수 있는 작은도서관의 존재는 공공도서관의 틈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동네의 숨겨진 보물이라 할 수 있다. 학교 또는 유치원을 마치고, 학원 가기 전이나 또는 마친 후 짧은 시간일지라도 신나게 달려갈 수 있는 ‘작은도서관이 우리 집 바로 앞에 있어 좋다’는 아이들이 있어 지킴이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영주씨의 마음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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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어느 작은도서관의 풍경](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10/20131025.01018072959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