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인과 초대권

  • 입력 2013-11-07  |  수정 2013-11-07 07:41  |  발행일 2013-11-07 제18면

수업에서 한 학생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 학생만 울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왠지 모를 차분한 분위기에서 모든 학생이 그 아픔을 같이하고 있는 듯했다. 눈물의 이유는 간단했다. 학생들은 모두 대학 4학년이고 마지막 졸업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달 정도 남은 연습기간에 학교에서 올리는 마지막 공연을 지금껏 응원하신 부모님 앞에서 후회 없이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말 맞는가 하는 불안감에 울음이 터진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몇 년 전 과거로 돌아갔다.

연극예술과 입학 당시, 거의 모든 학생이 입학 소식을 접한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미리 사인 받아놔야겠네!’ ‘언제 TV 나오는 거야?’ ‘나중에 모르는 척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의 말은 모두 듣고서 입학했다. ‘무조건 TV에서 만나요’식의 반응으로 사인만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실제로 사인을 받아간 사람은 거의 없다.

어찌 됐든 이런 주위 반응이 약간 부담스럽기는 해도 나중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스스로 격려하며 연극예술과에 입학했다. 그렇게 입학해 공연하면서 듣는 말이 있다. ‘초대권 있으면 줘’ ‘공연 티켓 할인받을 수 없니?’ 사인보다 초대권을 부탁하는 것이 보통이 된 것이다.

반면, 연기를 전공한 학생들은 사인도 초대권도 아닌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혼자서 괴로워한다. 연기자의 길을 계속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겨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연기가 너무 좋고 무대에 서면 정말 행복한데, 재능이 없는 것 같다며 눈물을 닦는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좋아한다는 것이 바로 재능이 있다는 거야. 재능이 있으니 관심이 가고 좋은 거지.”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재능을 의심하는 것은 내심 좀더 쉽게 갈 수 없을까 하는 부족한 용기와 게으름 때문일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노력해야 한다. 어쩜 누구나 느꼈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 열정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본격적인 입시철이다. 몇 년 전 사인 요청과 함께 요란했던 4학년들의 입학 시절이 떠오른다. 이젠 사인과 초대권 부탁도 사라지고, 마지막 무대를 바라보며 홀로 미래를 고민하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한 거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진정 좋아하는 것이 있다고 고백할 수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도전의 무대로 자신을 초대할 멋진 인생을 살아갈 열정이 있으니까!
정성희 <극단 콩나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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