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집밥 먹기 프로젝트

  • 입력 2013-11-08  |  수정 2013-11-08 07:25  |  발행일 2013-11-08 제18면
이상경<공간울림 대표>
이상경<공간울림 대표>

회상 하나.

유학시절, 네덜란드에서 설날을 맞게 되었다. 당시 하숙집 좁다란 부엌에서, 그 나라의 식재료로 한국음식을 장만해 스승님을 초대했다. 네덜란드인 주인할머니도 마에스트로를 집에 모신다는 것, 그 자체로 흥분돼 옆에서 거들어 주셨다. 그 나라의 재료와 외국인 조수(?)와 함께 부리나케 완성한 엉터리(?) 한국밥상. 그날 선생님은 그 밥상의 메인 디시를 메인 레퍼토리로, 음식 위에 조금씩 낸 고명을 음악적 장식음(ornament)으로 해석하며 우리의 접대에 무척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회상 둘.

학창시절, 삼남매가 생활하던 필자의 집은 새벽부터 늘 분주했다. 어머니는 매일 새벽밥을 안치고, 삼남매 중 그 밥을 거르는 어느 누구도 집 밖을 나서지 못하게 하셨다. 평생 직장생활을 하신 어머니였지만, 우리는 아침 한 끼도 건너뛰어 본 적이 없었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그 ‘집밥’이 우리 삼남매로 하여금 집을 떠나 세계로 흩어져서 각자 제 몫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 탄탄한 기본이 되어주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웰빙’ 바람이 불면서 몸에 좋은 음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람들의 기호도 패스트푸드에서 슬로푸드로, 달콤하고 부드럽고 자극적인 맛에서 한참은 씹어야 맛이 우러나고, 또 딱딱하고 거칠어도 몸에 이로운 음식으로 바뀌고 있다.

집밥의 힘이 우리 삼남매를 키웠던 것처럼, 음악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음악에서 집밥과 같은 존재가 바로 ‘기초예술’일 것이다. 비록 대중예술이 가진 화려함과 즉각적인 힘을 가지진 않았지만, 천천히 오래 씹어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단단한 빵처럼 인류의 삶과 문화를 살리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공간울림이 펼치는 하우스콘서트의 배경이 ‘집’이다. 우리는 여기서 사람이 살며 꿈꾸는 행위들을 공연예술의 형태로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다. 이른바 ‘집밥먹기 프로젝트’를 실천한 결과로 비록 느린 결론을 보게 되겠지만, 그것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미래사회에 얼마나 튼튼한 내공으로 자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늘도 작은 음악들을 소박한 집밥과 함께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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