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메디치 효과

  • 입력 2013-11-15  |  수정 2013-11-15 07:21  |  발행일 2013-11-15 제18면
이상 경<공간울림 대표>
이상 경<공간울림 대표>

2005년 겨울, ‘Bach 투어’로 동독 일대를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은 바흐가 태어나 초기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아이제나흐와 아른슈타트로 시작돼 에어푸르트를 거쳐 그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라이프치히에서 마무리되는 것이었다. 특히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라이프치히는 바흐가 그의 생애 마지막 27년 동안 칸토르(음악감독)로 있었던 성 토마스교회와 성 니콜라이교회가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 나는 과거와 미래가 교차되는, 참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바흐가 오르가니스트로 봉사하던 성 니콜라이교회의 오르간은 단번에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오르간은 17세기 전통기술에 기반해 만들었지만, 오르간 콘솔(연주대)만큼은 최고의 명문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포르셰에 맡겨서 디자인했다. 그 결과 우리 눈에 나타난 새 오르간은 포르셰의 멋진 새 차를 타고 오르간을 핸들링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요즈음 과학, 예술, 철학, 건축, 영상 등 각각의 다른 분야가 어울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이른바 ‘메디치 효과’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15세기 이탈리아의 명문 메디치 가문에서 다방면의 예술가, 학자들의 공동 작업을 지원함으로써 이탈리아 문화예술에 르네상스를 오게 한, 융합을 통한 창조적 혁신을 지칭하는 키워드다.

이런 형태의 작업을 젊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우리지역에서도 요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작품인 ‘전람회의 그림’, 그 한 장씩의 피아노 음악이 춤을 만나고 영상을 만나 무대에 오른다. 대기업의 IT기술이 풍부한 디자인을 만나 보다 진화된 상품을 낳고 건축이 이야기(Storytelling)를 품고 다시 태어난다. 이른바 현대 사회의 문화조류는 이제 개인이나 자신들만의 고유한 전문성의 울타리를 넘어 기술이 철학을 향해, 건축이 예술을 향해, 과학이 문학을 향해 손 내미는 이른바 융합의 시대가 됐다.

나는 지금 이런 메디치 효과의 결과로, 감성과 이성이 조화롭게 만나 진화된 창조물이 잉태되는 대구문화의 르네상스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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