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성문 |
야외 촬영을 하던 중 하늘에서 갑자기 벚꽃 같은 눈이 내린다. 봄볕 아래 하늘하늘 내려오는 벚꽃만큼 우아하지는 않고 철없는 찬바람 앞에 맥없이 이리저리 휘휘 날린다. 아내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지금 눈이 와. 첫눈이 빨리 오네. 운전조심하고 일찍 집에 와.” “운전 조심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아내에게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눈발은 시들해졌다. “헐…. 이것도 첫눈이라고 해야 하나?”
설레며 첫눈을 기다린 사람들이 느낀 허무함이 매우 컸을 것 같다. ‘첫눈 오는 날에 만나자’란 정호승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시인의 말처럼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이 오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예전에는 첫눈이 오면 약속하지 않아도 어느 찻집에서 누군가를 무작정 기다렸다. 누군가 나오지 않아도 좋았다. 첫눈 오면 가슴 설레며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고작 얼마의 시간 잠시 흩날리다가 꽃잎처럼 사라지기 일쑤인 첫눈. 우리는 첫눈, 첫사랑과 같이 처음이라는 말에 무언가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순간은 빨리 지나가 버리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허무하기도 하다.
대구와 경북에서 또 대한민국에서 처음 비롯된 많은 것들이 있다. 국내 최초 혹은 세계 최초의 것이 적지 않다. 하지만 최고라고 할 만한 것들은? 처음 그 자체보다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지속되는 것, 최초보다는 최고로 남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았으면 한다. 최초라는 의미에만 머물러 있기보다 길고 험한 고난을 이겨내고 오래 지속되는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
첫눈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그 사람과 오랜 세월 함께 첫눈을 보는 것이 나에겐 첫눈을 기다리는 것 보다 큰 소망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첫눈, 그 허무함과 강렬함](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11/20131120.0102107333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