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전통서원의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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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10  |  수정 2013-12-10 08:01  |  발행일 2013-12-10 제22면

대구 시내에 전통서원이 스무 곳 넘게 있다는 것을 알고 주말마다 찾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수성구 상동에 가면 주택가 한가운데 ‘봉산서원’이 있습니다. 지극한 효성과 깊은 학문에다 용맹스러운 의병장이었던 손린 선생을 모시고 있지요. 경북도청 뒷산 연암공원에 있는 ‘구암서원’에는 세종 때 서침 선생의 ‘나눔’과 ‘비움’의 고집이 600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달성 현풍의 ‘이양서원’은 세조 때의 조선 대표 청백리 7인 가운데 한 분인 곽안방 선생의 얼음처럼 맑은 가르침이 청솔 아래에 기다리고 있지요. 화원에는 ‘인흥서원’이 있습니다. 고려 말의 문신 추적 선생을 모시고 있지요. 경내 ‘장판각’에는 선생이 공자 맹자 등 옛 성현의 가르침 가운데 사람도리의 기본이 되는 내용을 골라서 엮은 ‘명심보감’ 목판 서른한 장이 갈무리돼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명심보감에는 ‘착하게’ ‘효도를 다해야’ ‘몸을 바르게’ ‘분수에 맞게’ ‘본심으로 살아야’ 등 모두 19편의 가르침이 담겨 있지요. 이처럼 인흥서원은 사람의 도리를 바르게 가르쳐온 고전 명심보감의 정신과 혼이 서려있습니다. 이런 소중한 전통서원이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문화적 운명을 지켜온 서원을 찾아가보면,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구석구석 거미줄이 엉켜있고 마당엔 잡초가 무성한 곳도 적지 않습니다. 문이 잠겨있는 바람에 거듭 찾아갔지만 끝내 들어가 보지 못한 채 담장 밖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경우도 여러 곳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끼 낀 골기와를 얹고 있는 서원에는 옛 어르신의 지극한 효성과 높은 학문, 헌신적 사랑과 깊은 배려, 불같은 용맹 그리고 올곧은 정의가 이 시대의 ‘부족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굳게 닫혀 있는 이 서원들의 출입문인 ‘외삼문’을 활짝 열어놓고, 그곳에 깃들어 있는 숨은 가치를 더 늦기 전에 적극 발굴하고 재조명해보면 좋겠습니다. 관련 문중과 자치단체, 관계 전문인들이 지혜를 모아서 서원 관리 및 활용 프로그램을 보다 전문적으로 한 번 짜보는 겁니다. 문화융성의 건강한 인프라는 물론, 우리 사회가 걱정하고 있는 청소년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고, 스토리가 있는 대구의 관광자원으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전통서원의 르네상스’를 위해 깊은 고민이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이현경<밝은사람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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