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다시 가 본 메타세쿼이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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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17  |  수정 2013-12-17 07:40  |  발행일 2013-12-17 제22면
[문화산책] 다시 가 본 메타세쿼이아 길

“대구에도 그런 예쁜 길이 있다니….”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는지?” 호산공원 메타세쿼이아 길이 ‘문화산책’을 통해 소개되자(영남일보 11월12일자) 몇 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 회사원, 초등학생 아들과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어느 어머님도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렇게 여러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혹시 소개가 다소 과장된 건 아니었나 싶어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고 나섰습니다.

초겨울 주말 오후에 찾아가니 평소 보이지 않던 게 이것저것 눈에 띕니다. 우선 공원 주위의 낙엽 쌓인 길가에는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 큰 차들 사이로 승용차도 빈틈을 남겨두지 않고 들어서 있습니다. 주차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으나 무색합니다. 그러니 아늑하고 호젓해야 할 동네공원이 좀 산만하고 을씨년스러워 보입니다. 양지바른 벤치에는 한 어르신이 구부리고 앉아 졸음에 취해있고, 방한복으로 무장한 중년의 주부들은 공원 둘레를 씩씩하게 걷고 있습니다. 동네 아이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무슨 놀이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쉴 새 없이 웃고 달립니다.

호산초등학교 담장을 따라 길게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길. 여전히 나무는 두 줄로 나란히 서서 이방연속무늬로 하늘을 가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걷기에 좋을 만큼 좁은 길이지요.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곧은길입니다. 땅 위의 이 ‘곧은길’이 내 마음속 ‘굽은 길’을 곧게 펴 준다면, 이 길은 ‘가르침’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길 따라 들어섰습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흙바닥 느낌이 그윽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가까이 스치는 메타세쿼이아의 묵은 향이 흩어지지 않고 따라옵니다.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느리게 걷습니다. 그저 걷고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을 뒤따라 길을 빠져나오면서 무심코 하늘을 쳐다봅니다. 마른 가지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이 무슨 말을 건넬 듯 집적거립니다. 누가 처음 찾아와도 낯설지 않을 이 나무에 새들은 떠나거나 돌아오고, 이 길 따라 걸으면서 품었던 나의 의문은 길을 빠져나와서도 깨닫지 못합니다.

이렇게 마음에 걸리는 것들, 허리 펴고 속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메타세쿼이아 길. 대구 달서구 계명대 남쪽 길 건너 호산공원에 있습니다.

이현경<밝은사람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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