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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오늘, 혜성 시인의 시 ‘26일의 산타클로스’가 떠오른다. 몇 년 전 이맘때 혜성 시인과의 만남이 생각난다. 미국 뉴욕의 화려한 대형 쇼핑몰 카페에서 혜성 시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거대한 건물 외관에서부터 조그마한 쿠키까지,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손끝에 닿는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은 보고만 있어도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런데 떠나가는 세월이 허전한 건지, 화려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연말 분위기가 왠지 우리를 들뜨게 하면서도 슬프게 만들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타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25일 크리스마스까지만 해도 절정을 이루었던 산타 모습은 26일이 되면서 한 순간 외면당한다. 어쩌면 26일의 산타는 초라하고 구질구질하게까지 느껴진다. 26일의 수척한 산타 모습은 우리의 짧은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짧든 길든 최고의 전성기는 있고, 그 전성기 역시 지나간다. 온 세상 전부가 마치 내 세상인양 영원할 것만 같았던 환호와 열광도 그 하루를 기점으로 조용히 사라진다. 마치 26일의 산타클로스처럼. 한 해도 끝이 있듯이, 우리의 인생도 끝이 있다. 언제까지나 박수와 조명만을 받을 수는 없다. 화려했던 무대를 쓸쓸히 내려와야 할 순간이 있다.
그 만남 후 혜성 시인은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시로 적어 나에게 보내 주었다. 26일의 산타클로스!
“어젯밤까지/ 루돌프 사슴을/ 타고 다니던 산타가/ 수척한 얼굴로/ 출근길 골목에 서 있다//연말의 거리는/ 여전히 휘황한데/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히 분주한데// 하룻밤 사이/ 철 지난 상품처럼/ 전성기 지난/ 배우가 되어버린 26일의 산타// 기다림은 있어도/ 고마움은 없었던 아이들/ 애써 그들이 보여준/ 환호와 웃음만을/ 기억하려 해도/ 자꾸 씁쓸한 헛기침이 일어난다”
이 시를 다시 떠올리면서 소박한 나의 인생이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26일의 산타가 될 나의 모습을 찬찬히 그려본다.
정성희 <극단 콩나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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