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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멈춰 서서, 한숨 쉬고, 어느 작가가 한 말이다. 얼마나 숨 가쁘게 살아가는 나날이면 이런 말을 남기는 걸까 싶다. 갑오년이다. 청마(靑馬)가 달리는 해라고도 한다. 매년 해가 바뀌면 우리는 새로운 각오를 한다. 돌아보면 더러는 기쁘고, 더러는 상처고, 여기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쁜 날을 가질 수 있었던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다들 바쁘다 한다. 무슨 유행병처럼 바쁘다는 말, 그냥 떠밀려 가는 삶이다. 연말이 되면 그해에 있어 추수할 수 있는 수확물을 세운 각오만큼이나 이루는 이가 얼마나 될까. 누구나 목표와 목적은 크게 잡는다. 그 안에서 버둥거리다 보면 한 해를 마감시키는 일은 참 고달프고 씁쓸하다. 그 한 해 나이 속에서 분명 살아 있음을 갚아야 하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나이는 잊고 살아야 한다. 그만큼 세월이 최첨단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예전의 나이로는 셈이 안 되는 사회다. 어째 보면 한 해, 한 해, 새로운 각오로 사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운 각오 속에 우리는 달려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올해는 청마가 달리는 해라고 하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의 각오에서 가장 일순위로 얹히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우리를 항상 업고 다닌다. 희망이 있는 인생 한편으로는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다만 그것을 너무 맹신하다 보면 실망이 크다는 게 문제다. 희망은 늘 싱싱하고 푸르다. 늙지 않는 그것을 무기 삼아 우리는 전진을 한다. 수확이 있든 없든, 사람이니까 삶은 전진이다. 그리고 초고속이다. 그만큼 생각이 뒤처지는 사회에 우리는 빠져있다. 빠른 만큼 조심도 따른다. 그리고 답도 없다. 그 답을 찾아 우리는 온 한 해를 다 써버리고도 모자라는 날 아니던가. 나이에 여분이 없는 불행, 하지만 도전을 하게 하는 매력, 그것이 인생이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청마를 우리는 애당초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화살이 아니라 미사일인 지금의 일일시대, 놓치는 것도 많다. 뒤돌아보면 숱하게 아까운 날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지. 그냥 남이 그러니까 함께 뭉쳐 그러는 것보다, 한 번쯤은 달리는 세월의 잔등에서 천천히 숨 쉬는 여유를 갖고 나를 점검해 보며 살아가는 한 해였으면 한다.
정하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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