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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980년대 말 미국에 유학을 가서 미국 음식 문화에 대해 받은 충격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아이스크림에 관한 것으로,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한두 가지 선택에 만족했는데 미국에선 지금의 배스킨라빈스처럼 수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단 사실에 놀란 적이 있다. 당시 행정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국가 발전론과 발전행정론에 경도된 필자는 아이스크림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게 분화되는 것이 인간 문명의 진보와 국가의 발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연결해 생각했다. 두 번째 놀란 것은 미국 대학 기숙사 식당인 카페테리아에서인데, 학생들이 항상 수많은 종류의 뷔페 음식을 먹는단 사실이었다. 미국 정부나 대학은 체력이 국력이라고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무한대의 영양을 제공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후 세월이 흘러 한국에 오니 우리나라에도 배스킨라빈스가 들어와 아이스크림이라는 기호 식품 하나에도 수많은 선택을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풍요의 시대를 맞이했다. 필자도 오랫동안 이런 풍요의 음식문화에 빠져 생활해온 것 같다.
그러나 최근 그렇게 부럽고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풍요의 음식 문화에 대해 나의 생각과 견해가 바뀌기 시작했다. 풍요의 음식에 익숙해진 우리 젊은이들이 키는 커졌지만 푸석푸석하고 비만한 몸을 가지게 돼 국가가 고민하는 사회 문제가 됐다는 역설적인 사실이다. 무한한 인간 욕망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던 뷔페 음식도 우리의 욕망을 채우기보다는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하고, 우리의 영혼을 그리 맑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이 어리석은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뷔페 음식에 식상해졌는데, 우선 뷔페에 가면 욕심에 과식을 해 위가 불편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위의 크기가 한 끼에 수십 가지 음식으로 채워야 할 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 탓인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비싼 비용을 지불했기에 분주히 음식을 위에다 부으며 비워야 한단 강박관념에 시달려 친구들과 진지한 대화를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서다. 선조들의 소박한 음식문화의 지혜를 돌고 돌아 깨닫게 된 어리석음에 부끄러울 뿐이다.
김흥회<동국대 경주캠퍼스 사회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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