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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민속촌에 있는 민족의 큰 시인 육사 이원록의 ‘광야’ 시비엔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란 구절이 아직도 선명하다. 요즘은 도처에 난립해 가치가 떨어진 시비지만, 육사의 광야 시비나 수성못가에 있는 이상화 시인의 시비 앞에 서면 절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특히 지금처럼 이웃나라 아베 신조 총리가 공공연하게 신사참배로 극우의 목소리를 높일 땐 더욱 그러하다.
망국 신라의 후예이자 안동출신 권행의 후손인 금태조 아골타는 1127년 한족의 송나라 수도를 함락하고, 대국에 역사상 최초로 한족의 심장인 중원이 소위 오랑캐인 여진족에 유린당하는 치욕을 안겨준다. 금 태조 능 지하에는 조각된 백마(白馬) 한 마리가 늠름하게 서 있는데, 금 태조가 생전에 즐겨 타던 백마로 추정된다. 이 사실로 유추해 혹자는 광야란 시에 나오는 초인의 모티브가 금 태조라고 주장하나 왕릉의 발굴 시기와 광야의 시작 시기인 1945년을 보아 설득력은 약간 떨어지는 듯하다.
갑오년은 우리 시역사에서 청마(靑馬) 유치환과 육사의 백마(白馬)를 떠오르게 한다. 말은 예로부터 제왕의 출현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시국이 어려우면 사람들은 권위의 상징인 백마를 타고 오는 영웅의 출현을 갈망한다. 성경에 딱 한 번 등장하는 낱말 백마(요한게시록 6:2)는 미래에 선민을 구원할 구세주가 타는 말의 상징이다. 육사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의 모티브는 천지창조, 광야의 예수, 세상 마지막에 인류를 구원할 예수 등의 사건으로 보아 성경에서 차용한 것 같다.
한·일관계, 좌우파의 영원한 갈등도 양 당사자가 쉽고도 어려운 음양의 법칙을 이해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즉 극음은 양이 되고, 극양은 음이 되는 태극기의 태극과 음·양이 합쳐져 하나 된 일장기의 둥근 원의 원리만 이해해도 된다. 일본처럼 힘센 경제력을 믿고 세계의 외톨이가 되는 극우주의로 치닫기만 하면 대국 송나라처럼 일개 이민족에 망하는 역사적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청마처럼 개인적 사랑도 중요하지만 조국을 염려하는 육사의 초인처럼 사회와 나라를 위하는 기득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유산처럼 이어져오는 무조건적인 좌우대립, 극단적 집단이기주의의 표출인 지겨운 시위소식들이 자취를 감추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서담<시인,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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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청마와 육사](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1/20140113.01023082436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