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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강박관념을 가진 적이 있다. 특히 아홉수를 넘길 때 벌써 내가 30대가 되나, 40대가 되나, 그리고 50대가 되나, 내 나이가 이렇게 많은가 고민하며 늙는다는 것에 대하여 긍정적이지 못한 태도를 가지게 됐다. 내가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이렇게 다시 살 텐데, 이러한 것을 해볼 수 있을 텐데 하며 상념에 젖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삶에 대한 패기가 약해지는지 나이를 먹어감에 대한 이러한 강박관념은 사라지고, 오히려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고생스럽고 어려운 시간을 다시 처음부터 밟아야 하는 부담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젊은 시절에 가졌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다가와 현재의 안정되고 평온한 삶이 더 크게 보이기만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태도 변화는 한편으로는 어차피 젊어지기에는 이제 나이가 너무 많다는 자포자기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생활이나 삶에 대한 관조의 깊이가 생겨 이제는 인생에 대하여 조금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초하는 것 같다.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나이가 들며 예전에는 일상적이고 보잘것없던 일들이 크고 의미 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산책하며 느끼는 바람과 햇빛도 이제는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지금 마시는 차와 맥주 한 잔, 김치와 깍두기 한 조각도 이제는 왜 그리 절실하게 다가오고 감사하게 느껴지는지…. 쓸쓸하게 느끼는 금년 겨울이 앞으로 나에게 무한정으로 다가올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깨닫는다.
인간은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따라서 영생불멸하고자 하는 의지가 인류의 업적과 발전의 동기부여가 됐다. 반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줄 알고 사는 게 또한 인간의 어리석은 운명이기도 하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하지 않았는가. 앞으로 남은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얼마나 자주 볼 것이며, 내가 좋아하는 한라산을 몇 번이나 오를 수 있으며, 이 넓은 지구의 몇 나라나 가볼 수 있을까. 가보고 즐길 것은 무척 많은데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또 다른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창밖에는 한없이 눈이 내리고 있다.
김흥회<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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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2/20140211.0102207403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