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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2명인 시골 분교의 기말고사 시간에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시험지를 보자 교사가 말했다. “전교 수석, 차석 하는 놈들이 커닝을 하냐?” 교장출신 모 시인의 유머이다.
1등 지상주의 교육의 한 단면이자 중하위권 없는 1등은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팔공산 아래 우리 동네에는 지묘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내건 ‘몇 회 졸업생 아무개 서울대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한 달 동안이나 자랑스럽게 펄럭이고 있다. 교육에 관한 일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필자의 딸도 고3이 되어 입시관련 기사를 눈여겨본다.
대학입시가 마무리되는 이맘때면 언론에선 전국 고교의 한 해 농사를 서울대 입학생 수로 평가한다. ‘서울대입학 특목고, 자사고 독주’ ‘전 과목 만점자 서울대의대 불합격’ ‘수석합격자 인터뷰’ 등 온통 서울대나 1등 관련 기사뿐이다. 서울대 아니면 대학교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수업 혁신과 수시 맞춤형이 낳은 대구고의 기적’이라는 기사가 유독 눈에 띄었다. 도심공동화 지역인 남구에 위치해 기피 공립고에서 일약 ‘자율형 공립고’의 기수로 떠오른 이유는 340여명을 4년제 대학에 보낸 83%의 진학률이 아니라 수시합격자가 작년 119명에서 291명으로 불어났다는 것이다. 공립고가 소위 수성학군에 우수학생을 다 빼앗기고 평범한 학생을 모아 선생과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업 혁신을 이끌며 수시 맞춤형 진학지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한 명도 없어도 대다수 학생을 합격시켰다는 점에서, 공교육의 모범적 전형으로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
모르긴 해도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의 함양을 포함한 지(知), 덕(悳), 체(體)를 고루 갖추도록 하는 전인적 교육을 해야 하지만 우리 교단의 현실은 입시위주 교육으로 서울대 입학생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학부모들도 기꺼이 강남학군으로, 수성학군으로 이사를 한다. 학생들도 인생의 성공지표는 명문대 진학과 학벌이라 생각한다. 학력과 학벌이 개인의 삶의 질과 지위를 결정하고 한 개인의 평가 척도가 된 지 오래다.
이제 학교교육은 개별화, 자율화, 다양화등의 요소를 조금씩 늘려야 하고 3천 가지의 입시전형제도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대학도 졸업정원제를 실험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선의 노력으로 자기발전을 이룩했다면 명문대에 못간 1등 아닌 학생과 학교에도 찬사를 보내는 사회의 의식구조 개혁과 국민들의 ‘1등 지상주의’ 폐지가 절실한 시점이다.서담<시인,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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