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류역사에서 이동 수단, 삶의 방식, 환경 그리고 도시 공간의 인프라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자동차만큼 큰 영향을 준 물건이 많지 않다. 자동차는 인류 진보와 현대 생활 편리함의 상징물이 되어 이것 없는 도시 생활을 상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동차가 인류 역사에서 이런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세상 일이 역설적이지 않은 것이 없듯이 자동차도 인간에게는 모순적인 존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자동차는 인류에게 개인주의의 상징인 자유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이동 시간의 단축과 편리함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산업의 발전을 통해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인류에게 준 혜택에도 불구하고 폐해도 만만치 않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의 하나는 언제부턴가 도시나 농촌이나 걸어다니는 사회가 아니라 운전하는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과 도시적 이미지에 매혹된 현대인은 전통적 방식의 이동 수단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사용하기 쉬운 자신의 신체를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조차 멀리하기 시작하고 이동 수단으로서의 신체의 다리와 운동하는 다리로서의 기능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에 의존하게 된 현대인은 자기 신체의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피트니스 센터라는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려는 운동이 일고 있다. 미국 오레곤주의 포틀랜드 같은 시는 시민의 자동차 운전시간을 줄이고 걷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미국 내 다른 도시에 비해 시민의 비만율을 낮추는 데 성공한 시로 평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 전용차로나 도로를 늘리려는 노력이 있다고 해서 자동차 중심의 이동 수단이 다른 이동 수단으로 대체되는 교통문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할 정도의 진보적인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교통 문화와 이동 수단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자동차 중심의 사회에서 다양한 이동 수단이 공존할 수 있는 교통 문화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시민들은 도시 공간의 사용에 대한 민주적인 권리를 가져야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들은 이런 시민의 권리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흥회<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