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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의 화제는 단연 70대 할머니가 20대 꽃처녀로 되돌아가는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다. 지난 토요일 ‘수상한 그녀’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관 풍경부터 ‘수상한 그녀’는 수상했다. 주말에는 보통 젊은 연인이 대부분인데 상영관의 반 이상이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관람객이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커플(?)도 눈에 띄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수근거림도 수상했다. 흔히 영화를 보고 나오면 재밌다, 재미없다, 스토리가 어떻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기 나름인데 ‘수상한 그녀’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은 달랐다.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했는지, 꿈이 무엇이었는지, 언제로 되돌아가고 싶은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변할지, 영화평은 뒤로한 채 엄마와 딸이, 아버지와 아들이, 친구와 연인이 서로의 과거를 떠올리고 서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영화를 바라보는 세대 간의 격차 따위는 없었다. 그저 서로의 시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생겼을 뿐.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꿨을 ‘시간 여행’의 영화적 상상력이, 과거와 현재의 삶이 공존하는 특별한 설정이 무심했던 부모님의 지나온 시간을 현재의 삶 속에 부활시킨 것이다. ‘부모님 모시고 보러가면 정말 좋은 영화’라는 관람평이, 토요일 오전이라고 하기엔 수상했던 영화관 풍경이 이해가 갔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니 나 역시 부모님의 옛 모습이 궁금해졌다. 영화가 아니기에 사진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지나온 시간 속의 아버지와 어머니. 손때 가득한 사진 속에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남자가 해운대 바다를 마주하고, 풀꽃 향기 가득한 여인이 시골길 코스모스 꽃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현재의 모습과 겹쳐지며 눈물이 핑 돌았다. 바다를 당당히 마주하던 남자는 어느새 주름 깊은 노신사가 되었고, 수줍은 풀꽃 같던 여인은 삶이란 전쟁터의 전사가 되었다. 부모님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되돌아가고 싶은지 물었다. “지금까지 해온 게 얼만데 가긴 어딜 가노.” 우문현답. 마음이 놓이면서도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오늘 퇴근길에는 부모님을 위해 아버지의 바다내음을 닮은 향 좋은 스킨과 젊은 시절 어머니를 닮은 수줍은 꽃 한 다발을 준비해 보자. 잠시라도 ‘수상한 그녀’의 청춘 사진관에서 일어난 마법처럼 아버지가 배우 김수현이 되고 어머니가 심은경이 되는 유쾌한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김충희<한국언론진흥재단 대구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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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수상한 그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2/20140220.0101907492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