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추억이 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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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27  |  수정 2014-02-27 07:37  |  발행일 2014-02-27 제19면
[문화산책] 추억이 되는 사람들

겨우내 시름시름 앓던 난이 끝내 죽어버려 안타깝게 하더니 마른 그 화분에 이름 모를 풀꽃이 피었다. 신기하게도 그 꽃에서 익숙한 난초향이 느껴진다. 아주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난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사람의 헤어짐도 이와 같지 않을까. 오래 함께한 사람과의 헤어짐 뒤엔 추억이라는 향기가 남는다.

지난주 사무실에서 수년간 동고동락한 이들이 본사가 있는 서울로 떠났다. 함께한 시간만큼의 허전함이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내려앉은 허전함 사이로, 그들의 텅 빈 책상 너머로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함께 먹고 함께 걷고 함께 나누고. 그렇게 함께했던 모든 일이 그대로 추억이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함께했던 여행들이다. 울릉도, 여수, 남해, 순천, 안동, 포항 등. 비록 일 때문이었지만 지구 반 바퀴는 못 되어도 반에 반 바퀴는 족히 될 거리에 어느 곳 하나 아름다운 경치에 놀라지 않은 곳이 없었다. 감탄하며 바라보던 울릉도의 에메랄드 빛 바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여수 엑스포 현장, 어디든 셔터만 누르면 그림이 되었던 남해 풍경.

그러나 빼어난 경치보다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함께한 이들의 모습이다. 울릉도 밤바다를 바라보며 “50살 가까이 살아보니 아등바등할 이유가 없다. 그냥 물 흐르듯이 살아가라”고 말하던 애정 어린 모습이, 행사 진행을 하다 뜻대로 되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는 나에게 ‘믿는다’고 말하며 돌아서던 든든한 뒷모습이 아직도 어제 일인 양 눈에 선하다. 여행에 일가견 있는 선배가 “어느 여행지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에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한 말의 의미가 이런 뜻이리라.

헤어짐에 힘들어하는 내게 누군가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이라는 말을 던진다. 만나면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돌아온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는 속내가 담긴 말이다. 나 역시 다시 만나길 바라지만 추억을 되짚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다시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하면 어떠리. 함께한 추억이 남아 오래도록 향기를 뿜으면 그것 또한 함께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이 겨울이 가기 전 내 옆의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보자. 행여 이별이 다가와도 추억의 향기로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김충희<한국언론진흥재단 대구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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