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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등이 따스해 돌아보았더니 뜰에 있는 앙상했던 나뭇가지 끝에 생명의 빛깔이 부풀고 있었다. 나무는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꽃피울 꿈을 버리지 않는가 보다. 2월과 3월, 해마다 이맘때는 헤어짐과 만남이 번갈아 찾아오는 때이다. 유치원 학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학생들은 학반·학년이 바뀌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교사들은 직장에서 전근을 가면 새로운 동료를 만나는 등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은 언제나 신선하고 설렘을 동반한다. 여기서 만남은 스쳐가는 만남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진정한 만남을 전제로 한다. 즉 만남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작에는 끝이 있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다. 시작이 아름답고 신선하다 해도 끝냄과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갈등과 힘듦을 어찌할 것인가.
교직에 몸을 담고 있던 나는 해마다 2월이 매우 싫었다. 교사 시절에는 일 년 동안 아끼고 사랑하던 아이들과의 헤어짐이 슬퍼서 종업식 날 교실은 늘 울음바다가 되었다. 이렇게 울며 헤어졌던 제자들이 어른이 되어 아기를 안고 남편과 함께 찾아올 땐 헤어짐이 기쁨과 보람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승진하여 관리직에 있을 때는 함께 하던 동료들, 그리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직원을 떠나보내는 것도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2월이 정말로 잔인한 달이다. 그런데 그 많은 2월 중, 올 2월만큼 잔인한 달이 또 있었을까. 40여 년 동안 오로지 한길로만 달려왔던 평생직장을 떠나야 하는 퇴임을 앞두고 2월은 하루하루가 울적한 나날들이었다. 아침저녁 드나들던 교문을 떠난다는 것과 아이들과의 생활을 접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덧붙인다면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지는 느낌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떠남은 새로운 만남을 의미하고 마침은 새로운 시작이듯, 퇴임 또한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힘겹게 추슬렀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지만 세상의 더 많은 아이들 속으로 나아가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있다고 생각하자, 희망과 용기가 샘솟기까지 한다. 이제 그런 대로 떠날 준비가 된 듯하다.
이재순<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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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만남과 헤어짐](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3/20140303.01023080146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