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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 위의 축제, 소치동계올림픽이 2월의 밤을 설레게 했다. 17일간 경쟁을 치렀던 88개국 2천500여명 참가선수의 열정과 땀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올림픽 중계를 통해 이름조차 생소했던 컬링의 매력에 눈길을 빼앗겼고, 스키점프의 스릴과 봅슬레이의 아찔한 장면 앞에서 손바닥에 땀이 고이기도 했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에서도 환호와 탄식을 번갈아 쏟아냈으며, 이 무대를 끝으로 운동생활을 마감하는 선수들에게 감사와 아쉬움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편안하고 가슴을 울렁이게 했던 무대는 아무래도 올림픽의 대단원을 장식한 ‘피겨 갈라쇼’가 아니었나 싶다. 늦은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 TV 앞에 앉아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싱의 상위 입상자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연기를 감상하자 퇴직을 몇 년 앞둔 직장인으로서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과 긴장으로부터 부담을 내려놓은 갈라쇼 무대에서는 참가선수들의 행복한 표정과 꾸밈없이 부드러운 몸동작이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축제 무대에서는 정해진 규칙과 기술보다는 자신들의 개성을 마음껏 살린 연기와 가벼운 익살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간편한 트레이닝복과 가방, 모자, 스카프 등 소품을 사용하기도 하며 뮤지컬의 삽입곡, 영화 주제곡 등을 배경으로 얼음판 위를 나비가 춤을 추듯 사뿐히 날아오르는 등 음악에 맞춰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인생에도 갈라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갈라쇼는 축제처럼 흥겨운 축하공연으로, 주로 클래식 음악과 발레 등의 공연 예술과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많이 열린다. 인생은 어떠한가. 변화무쌍한 환경으로부터의 숱한 우여곡절과 감동, 인내와 질곡으로 이어진 인생이야말로 연출되지 않은 공연 예술과 다름없다.
100세 시대, 우리 인생의 굵직굵직한 분수령마다 편안하고 즐거운 축제의 장이 마련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기쁜 일에는 박수를 보내고, 잘못된 부분은 반성하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작은 실수에도 격려와 미소를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축제의 공연장.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푸근한 ‘인생의 갈라쇼’ 말이다.
허봉조<대구지방환경청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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