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하해룡 <작사가> |
작사가를 포함해서 음악을 하는 창작자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 보통 작사가들은 작업의뢰가 들어오면 기획사와 마감시간을 상의하고 원하는 주제를 참고해서 작업을 시작한다. 대개 의뢰받은 데모 곡을 듣고 그 곡이 가진 느낌에 어울리는 스토리, 주제, 단어, 어법 등을 고려해서 작업을 한다. 일단 일이 시작되면 기획사에 완성된 가사가 전달될 때까지 출근만 있고 퇴근이 없는 ‘월화수목금금금’ 식의 날들이 이어진다.
작업은 밤이나 새벽에 주로 하는데, 그 이유는 음악을 듣고 글을 쓰려면 조용하고 고요한 새벽이 제일 방해받지 않고 집중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밤이 새도록 작업을 하고, 아침에 지쳐 잠이 들기 일쑤고, 늦게 일어나는 탓에 ‘작사가들은 게으르다’는 인상을 준다. 사실 자는 시간은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데도 말이다. 그래서 작사를 하거나 작곡을 하는 사람들이 출근이 없고 자유롭게 보여서 ‘베짱이’란 놀림을 받곤 한다.
노랫말이 완성됐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기획사에서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노랫말이 되지 못한다. 물론 기획사에 채택되지 못했으니 작업비 같은 것도 없다. 그럴 때면 허무하지만, 언젠가 같은 스토리로 다른 노래의 노랫말이 되기도 하니 결국엔 작업의 과정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설사 노랫말이 채택돼 음반으로 만들어진다 해도 방송 한 번 못하고 묻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가 알고 부르는 노래는 정말 힘든 과정을 거친 대단한 곡들이다.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작사가들의 하루가 한가로운 것도 아니다. 출근은 하지 않지만,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 드라마와 영화·음악·책·그림 등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밥을 먹다가, 잠을 자다가 좋은 테마가 떠오르면 하던 것을 멈추고 메모를 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작사를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작사가가 될 수는 없다.
작사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다. 우여곡절도 많고 그만두고 싶은 시련도 있었지만, 지금도 작사를 하고 있는 건 아마 내가 이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일 거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음악을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무슨 일이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야 하는 시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