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미술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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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20  |  수정 2014-03-20 07:59  |  발행일 2014-03-20 제19면

소풍을 다녀왔다. 그림 감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구스타프 클림트 & 에곤 실레 레플리카 명화전’ 관람을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던 것이다.

오스트리아 수교 120주년, 구스타프 클림트 탄생 150주년을 맞아 기획된 전시회에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의 초기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이들의 명화 53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국민화가로 칭송받던 구스타프 클림트와 스물여덟 해를 살다 간 젊은 화가 에곤 실레의 그림은 느낌이 비슷한 점도 있는 반면 다른 점도 많았다. 전자의 그림은 색상이 매우 화려하고 에로틱했으며, 몽환적이면서 기하학적 무늬가 배경을 이룬 여성의 그림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실적인 풍경화도 눈에 띄었다. 그에 반해 후자의 그림은 사람의 신체를 묘사한 부분이 너무 생생해 눈 둘 곳을 몰랐으며, 죽음에 대한 어둡고 극적인 감정표현에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레플리카(Replica)’로 원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동일한 재료와 방법, 그리고 똑같은 기술로 원작의 모양과 크기로 재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원작자가 직접 재현하지 않고 엄격한 감독 하에 제작되는 경우도 있고, 귀중한 작품의 복제 또는 작가의 작품 기술을 습득하거나 문화재의 형상과 색채를 복원하려는 목적으로 시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특수기법으로 실제 그림과 같은 효과를 낸 복제품 전시회에 다녀온 셈이었다. 하지만 화가와 전시 작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불만도 실망을 할 일도 없었다. 놀라운 것은 오히려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와 그곳의 분위기였다. 중·고등학생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관람객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전시회 관람의 생활화를 대변하고 있음에 부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달포 전,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을 선보인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로 붐비던 그날의 미술관에서는, 군데군데 선생님과 아이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그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열심히 메모를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우리 지역의 미술관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풍경이었다. 자주 들렀던 미술관에서는 전시공간이 너무 넓고 조용하여 발자국 소리조차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새롭다.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일상의 한 부분으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허봉조<대구지방환경청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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