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응답하라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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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1  |  수정 2014-04-11 07:43  |  발행일 2014-04-11 제18면
[문화산책] 응답하라 1985

1985년 들국화가 데뷔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그들의 음악적인 면은 물론 가사가 주는 메시지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암울했던 80년대 말 젊은 우리에게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 말하며 ‘행진’하라는 노래들은 사랑 타령 일색인 가요계에 획기적인 표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밴드가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들국화의 열정적인 팬이 되었고, 1집 앨범을 여러장 사서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공연을 보러 신촌 크리스탈 백화점을 몇 번이나 갔는데, 그런 경험들이 작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것 같다.

80년대말 음악이나 영상을 보기 위해선 LP나 카세트 테이프를 사거나 공연장에 직접 가는 길밖에 없었다. 외국아티스트들의 노래와 연주를 보기 위해선 뮤직비디오나 레이저 디스크를 틀어주는 홍대나 대학로에 있는 카페로 직접 가야만 했다.

보기 힘든 미술작품도 잡지나 작품집 혹은 어렵게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봐야만 해서 한 달에 한 번 꼭 인사동에 가거나 특별전을 보러 갔다. 그곳에서 본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이나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들은 책으로 본 것과는 매우 달랐다. 구하기 힘든 책을 보기 위해서도 도서관을 가야 하고, 보고 싶거나 듣고 싶으면 뭐든지 직접 발품을 팔아 어렵게 구해야 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하고 나면 정보들이 수두룩하게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그때는 긴 과정을 거쳐야 겨우 내 것이 될 수 있었으니 그 영화나 음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하겠는가? 다시 볼 수 없으니 한순간도 놓칠 수 없어서 집중하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보이는 것과 우리가 직접 가서 보고듣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색감과 질감이 다르고 크기도 차이가 난다. 음악 역시 살아있는 날것처럼 연주되는 그 날의 기분과 울림이 다르다.

어쩌면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언제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착각에 아름다운 창작물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 땀 흘리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소유보다는 소비에 가까운 지금의 시대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시대에 맞게 더 치열하게 좋은 문화를 느끼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더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하해룡<메카 엔터테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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