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제발, 기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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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25  |  수정 2014-04-25 07:33  |  발행일 2014-04-25 제18면
[문화산책] 제발, 기적이

1997년 필자는 처음으로 드라마의 곡을 의뢰받았다. 극중의 연기자가 부르는 곡이었고 나는 속으로 약간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연기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조금은 못마땅했기 때문이었다.

‘별은 내 가슴에’라는 드라마였는데, 이미 2회 정도에 의뢰받아 4회 정도에 노랫말을 완성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당시 드라마는 4회에 이미 빅 히트를 치는 등 연일 장안의 화제가 된 상황이었다. 녹음실엔 수십 명의 기자들이 녹음 현장을 취재하려 몰려 왔고 녹음을 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늘 정신이 없었다. 당시 드라마들 역시 사전제작이 아니었으므로, 연기자들은 하루종일 촬영을 하고 늦은 밤이나 새벽이 되어서야 녹음을 하곤 했다.

당시 주인공 안재욱은 이미 촬영으로 지친 상태라 힘겹게 녹음을 하곤 했다. 디렉터의 마음에 들 때까지 같은 곳을 몇백 번이고 반복해서 불러야 했다. 하지만 안재욱은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미 지친 상태였고 녹음한 후에 촬영을 하러 가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오히려 디렉터가 목 상태가 안 좋으니 쉬자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로 계속 녹음을 진행하곤 했다.

이미 팬덤이 형성되었고, 설사 노래를 못 부르더라도 안재욱이라는 이유로 앨범은 팔리고, 노래는 유명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노래를 부르는 열정 만큼은 어느 가수보다도 신념과 책임을 가지는 모습이었다.

당시 안재욱이 부른 ‘FOREVER’는 드라마의 마지막 엔딩 장면에 딱 한 번 삽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요 프로그램 첫 진입에서 곧바로 1위를 차지하는 힘을 보이기도 했다.

안재욱의 성실한 모습에서, 그 즈음 몇 곡의 가요차트 1위 곡을 작사했던 나는 가요계를 바라보는 선입견과 약간의 편견 같은 것을 깰 수 있었다. 그 후론 어떤 무명가수의 곡이라 해도 편견과 불만 없이 최선을 다해 작업했다.

대한민국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이 큰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나는 작사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랫말을 쓰는 일이다. 더딜지라도 사람들이 위로 받을 수 있는 노랫말을 만드는 게 내가 지금 힘든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최선을 다할 때, 거짓말처럼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해룡<메카 엔터테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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