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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192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지하철참사.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4년 4월 중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 이 두 사건에서 우리가 한 번 더 되돌아봐야 할 것은 바로 생존자들 및 유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외상후 스트레스다.
필자는 2013년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아 당시 희생자 가족 및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공공보건의 시각에서 조명하는 TV다큐멘터리를 방송한 바 있다. 재난 이후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상처가 시간이 가면 저절로 아무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위안과 심리적 치료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재난을 겪고 난 후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유형의 심리적 단계가 나타난다고 한다. 첫째 ‘고통에 굴복’하는 단계, 둘째 스스로 스트레스를 회복해 나가는 ‘회복탄력성’의 단계, 셋째 외상적 경험을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아 새로운 긍정적 삶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외상 후 성장’의 단계.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3단계에 걸쳐 보이는 유형 모두가 적절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요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의 경우 고통 속에서 타인이 나를 얼마나 지지하고 도움을 주느냐에 따라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을 찾는 확률은 그 배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원(自願)을 통해서 일어난다. 그 자원이라는 것은 충분히 개발 가능한 것임에는 틀림없는데, 누군가의 조그마한 도움만으로도 그 자원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2014년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아직도 재난 후 심리적 후유증에 대해 낮은 사회적 인식과 미흡한 국가 정책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남겨두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상후 스트레스는 그 사건을 경험한 직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1년 후, 10년 후, 심지어는 20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빠른 보상과 속전속결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마음 치유’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임에 틀림없다.
허문호<대구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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