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잊어진 양육자’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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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08  |  수정 2014-05-08 07:45  |  발행일 2014-05-08 제19면

현대는 엄부자모(嚴父慈母)의 시대가 아니다. 엄한 훈육은 아버지가 하고, 따뜻한 보살핌은 엄마가 했던 역할 분담이 사라졌다. 지금은 엄모자모(嚴母慈母)로 바뀌어 혼내는 것도, 돌보는 것도 엄마가 다 한다. 아이와 엄마가 다투어도, 아버지는 일단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 심리학자 마이클 랩은 자녀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아버지를 가리켜 ‘잊어진 양육자(Forgotten contributors)’라고 했다.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도구적 역할에 머물 뿐, 자녀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앞 세대만 해도, 아버지가 직접 양육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엄마의 부담을 덜어줄 대가족과 공동체가 있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 고모와 삼촌의 돌봄을 받을 수 있었다. 엄마가 일하러 가면, 형이나 언니가 그 공백을 메워줬다. 마을의 친척과 어른들도 있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통용됐다. 그러나 대가족이 자취를 감추고 마을 공동체도 희미해졌다. 핵가족이 대세인 요즘, 양육 부담은 엄마에게만 몰린다. 전업주부도 부담인데, 일하는 엄마에겐 더 큰 부담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평등한 부부관계가 강조되면서 남성도 자녀 양육에 참여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들은 “돈을 벌어오는데, 내가 왜 애까지 키워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마지못해 아내가 시키는 대로 시늉만 하기 일쑤다. 아버지들의 반발심은 엄마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소통능력과도 관계가 있다. 어린 자녀와의 대화에 서툴고 공감능력도 부족하다. 자녀가 커가는 동안 애착관계도 충분히 쌓지 못한다. 그래도 자녀와 엄마 사이에 심한 마찰이 생기면, 아버지는 개입해 일장 훈계를 하기도 한다. 자녀 입장에서는 평소 무관심했던 아버지가 앞뒤 사정을 듣지 않고 화를 내며 엄마 편을 드니 황당할 따름이다.

최근에는 ‘프렌디’(Friend+Daddy: 친구 같은 아빠)가 유행하고 있다. 신세대 아빠들은 무뚝뚝한 아빠보다 친구 같은 아빠를 꿈꾼다. 자녀와의 소통 능력을 높이려는 아빠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아빠의 양육참여라는 사회풍토 조성에도 기여한다. 아쉬운 점은 그것이 ‘제2의 엄마’로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자녀와 소통하되, 자녀가 스스로 통제력을 기를 수 있도록 훈육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상<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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