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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못자리 설치시기를 맞아 심한 일교차와 지속되는 이상고온으로 인해 병해충 예방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농작물을 논밭에 옮겨심기 전에 씨앗을 발아시켜 육성하는 못자리는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기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품종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볍씨를 발아시켜 이식할 정도의 튼튼한 모를 키우기까지의 못자리 관리가 그러하듯 태어나 영유아기를 주로 보내게 되는 우리의 가정 또한 많은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곳이다.
강의를 위해 아동문학작품을 분석하며 읽다보면 지금처럼 정보망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그 옛날에 시공을 건너 어찌 그리 유사한 인간본성의 원형이 드러나는지 신기하다. ‘백설공주’ ‘한스와 그레텔’ ‘콩쥐 팥쥐’ ‘신데렐라’ 등 많은 작품에 친모가 죽고 계모에게 설움 받는 하나같이 착한 주인공 아이가 등장한다. 사실은 세상의 모든 계모가 사악하고 아버지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성숙해가며 넘어야 할 부모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사회적으로 보다 이해와 용인이 가능한 계모와의 갈등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 항상 순수한 사랑과 존경만이 넘쳐흐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기에 미숙함이 있고,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주는 상처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가족이란 가장 가깝고 기대감이 많은 대상이기에 더 많이 실망하고 원망하고 심지어 증오까지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며 맺게 되는 인간관계의 유형은 유년기에 형성된 심리적 관계틀의 재판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태어나 초기에 맺는 인간관계는 그 이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가정의 형태나 인식도 많이 변화하였고, 특히 급격한 사회변화와 힘들어지는 현실여건에서 오는 압박감으로 결손가정, 역기능가정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의 못자리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농사가 혼자서 할 수 없는 수고로운 일이듯 아이를 키우는 일 또한 가족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할 듯하다.
안정인<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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