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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만큼 기념일(Day)이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명절과 절기 그리고 특정 기념일을 합쳐 5월의 경우 20개에 이르고 6월도 10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전통적으로 그 사회의 사람들이 해마다 즐기고 기념하는 ‘명절’, 1년이 계절의 변화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뉘는 ‘절기’가 있고,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뜻깊은 일을 되새기고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이 있다.
갑자기 웬 기념일 타령인가 의아해 하겠지만, 기념일과 그 의미는 유사하면서 느낌이 좀 다른 ‘기림일’이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다.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은 2012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증언한 1991년 8월14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8월14일을 ‘일본군 위안부 추모의 날’로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또한 글로벌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8월14일- 위안부의 날’을 UN이 정한 기념일로 지정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2007년 광복절 특집 라디오 다큐멘터리 ‘위안부, 노래에 새긴 한(恨)의 기억’을 제작하면서 만났던 위안부 할머니 중 대구에 사는 이용수 할머니가 기억난다. “전투기는 뜨는데 대만은 멀어져…. 쿵쿵쿵… 포탄 소리에… 아무도 배웅해 주는 사람은 없지만, 단 한 사람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은 도시코… 그녀 한 사람뿐이네.” 이 노래는 40년 초반,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에 의해 대만으로 끌려간 후, 젊은 가미카제가 전쟁터로 나가기 전 직접 가르쳐준 노래라고 한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 노래를 듣고 비로소 당신이 끌려온 곳이 대만(타이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역사는 기억에서 기억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해결하지 않은 위안부의 역사는 해결해야만 하는 역사로 각인될 것이다. 남아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주어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이 위안부 할머니들은 숨 쉬고, 되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오는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기림일’이 되길 기대해 본다.
허문호<대구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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