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제대로 걸으면 철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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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10  |  수정 2014-06-10 07:47  |  발행일 2014-06-10 제22면

‘사루쿠’라는 일본말이 있다. ‘아루쿠(あるく)’의 나가사키 방언으로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사루쿠 프로젝트’는 1945년 8월, 나가사키 원폭 이후 나빠져만 가는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2006년부터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나가사키의 대표적 걷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遊), 통(通) 학(學), 식(食)이라는 네 개의 주제로 나뉘는데, 개별적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즉, ‘유’는 해설사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지도를 들고 걷는 프로그램이다. ‘통’은 전문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학’은 특정 분야의 교수 또는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걷거나 각종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식’은 말 그대로 나가사키의 대표 음식들을 즐기며 걷는 일종의 식도락 걷기 코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나가사키의 구석구석을 잘 짜인 프로그램으로 돌아본다면 자연스럽게 지역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걷기, 그것은 인간이 반복적으로 행하는 아주 단순한 육체적 움직임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건강법이다. 우리는 걸으면서 때로는 철학자가 되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애가 되기도 한다. 걸어야만 진정으로 생각하고 구상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장자크 루소, 건강을 유지하고 자신을 제어하는 훈련을 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산책에 나섰던 임마누엘 칸트, 다산 정약용 선생도 유배지에서 늘 산책과 걷기명상을 했기에 500여권의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걷기’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한 프랑스 철학자 프레데리크 그로 교수는 ‘걷기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걷는다. 고로 철학한다.” 지역의 모 의과대학 교수는 길 위에서 사랑과 행복을 찾고 있다. 그는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까지 다이어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요즘 현대인의 감기인 우울증, 스트레스 등을 이겨낼 수 있고, 결국 암까지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체력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크게 돈 안 드는 운동, 걷기.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걷기. 한쪽 발을 다른 쪽 발 앞에 내딛는 단순한 행위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걷기를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허문호<대구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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